[충북일보] 길을 걷다가 청주의 붉은 놀을 본다. 도심을 달구던 태양이 낙조로 가라앉는다. 붉은 기운이 사그라져 땅 밑으로 숨는다. '치익' 잠기는 낙조의 짧은 순간이 황홀하다.
가경동 너머로 여전히 꼭두서니 빛이 남는다. 저물어가는 마지막 색조가 너무도 아름답다. 차가운 도심을 비추는 놀의 때깔이 곱다. 저녁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하루의 끝 시간에 맞춤한 색깔이다.
청주의 낙조를 보며 곰소항을 떠올린다. 어촌마을의 비릿한 정취가 몰려온다. 백사장에서 밀물과 썰물이 교대를 반복한다. 해질녘 바다가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제 몸 불살라 하루를 달군 해가 진다. 침묵 속에 조용히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