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수가, 그리고 간호사 인력난

2014.04.08 17:56:55

요즘 만나는 의사들을 보면, 의료수가 인상이라는 말보다 적정화, 정상화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만큼 오랜 시간 수가가 억눌러 왔다는 방증이다.

저수가 문제는 1977년 시행된 건강보험제도에 기인한다. 의사들은 이 제도에 대해 그동안 '관치'(官治)가 지배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적절치 못한 가격통제로 원가 이하(75%)의 낮은 보험진료 수가정책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병원은 의료수가로는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구조가 됐고,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첨단 의려장비 사용 등) 진료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어갔다.

이 같은 문제는 인건비, 즉 간호사 인력난에도 영향을 줬다. 이는 대학병원보다는 중소병원이, 수도권보다는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간호 인력은 돈을 떠나서 의료의 질과 직결된다. 확보된 간호 인력에 따라 수가를 차등지급하는 간호등급제가 시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제도는 종합병원 기준 일반병동 병상 2.5개당 1명의 간호사를 보유하면 1등급, 병상 3개당 간호사 1명이면 2등급, 3.5개당 1명이면 3등급이 부여된다.

기준 충족 시 입원료의 10~15%가 가산된다. 7등급은 5% 감산된다.

간호등급을 높이려면 그만큼 간호사를 많이 고용해야 하지만, 병원들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4~5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청주만 봐도 1등급인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2등급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3등급의 경우 충북대병원(상급병원 기준)과 청주의료원·청주성모병원 등 3곳 뿐이다.

이렇듯 대다수의 병원들이 기본수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사 법정기준을 맞추면서까지 합리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지는 만무하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저수가 문제 탓에 중소병원의 간호사 법정기준 충원은 '현실 불가'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수가 체계라는 틀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병원도, 환자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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