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을 '생활정치 1번지'로 만들자

2014.01.22 14:02:29

정상호

서원대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지방선거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의 시점에서 유권자로서의 시민이 주목해야 할 개념 중 하나가 '생활정치'이다. 정치권에서 생활정치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30여 년 만에 부활한 1991년 지방자치 선거였다. 이어 1992년 총선에서 3당 합당 이후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는 "발로 뛰고 확인하는 현장정치, 주민위한 생활정치, 수권정당 민주당"이었다. 이후 20여 년 이상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당은 생활정치를 아무런 내용 없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수단으로만 활용하였다. 최근에는 2006년 5.31 지방선거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들 모두 생활정치를 표방하였지만 이를 대표할 핵심 정책의 발굴과 효과적인 홍보에 실패함으로써, 이 땅에서 생활정치는 관념적 구호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활정치는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내세우고, 복지와 소통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한 가치와 올곧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정치가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이를 뒷받침할 사회경제적 토대가 부실한 데 있었다. 협력과 공감이 없이 경쟁과 이윤만 내세우는 정글 자본주의나 정책과 이념이 부재한 지역 정치 속에서는 생활정치가 피어날 여지가 없다.

안철수의 새정치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소리만 요란한 생활정치를 어떻게 소생시킬 것인가· 해답은 '사회적 경제'에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경제는 요즘 같은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막대한 규모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사회적 경제의 유급 고용은 전체 노동력의 4.7%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은 1.9%에 그치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00대 협동조합의 총매출 규모는 1조 600억 달러로, 세계 9위 경제규모의 GDP와 맞먹는다. 또한, 사회적 경제는 돌봄과 공유, 지역과 자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세계적으로 공동체의 혁신 원리로 사회적 경제가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에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공동체, 공제회, 상조회, 재단, 자원봉사조직, 로컬 푸드, 친환경 농업, 대안학교 등 다양한 지역조직들이 포함된다. 다행히 충북은 이러한 사회적 경제가 처음부터 활발하게 만들어졌고, 최근 결성된 '충북 사회적 경제 협의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선도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쉬운 점은 지역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지방정부와의 협력적 관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충북에는 2013년 기준으로 무려 233개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과 지방정부와의 협력은 모범사례인 전북 완주군은 물론이고 광역단체인 서울시나 충청남도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역 단체장이든 현직 의원이든, 아니면 6.4 지방선거의 출마를 꿈꾸는 신진 정치인이든 정당공천제의 존폐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사회적 경제를 통해 충청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만드는데 기울여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사회적 경제를 통한 생활정치의 구현이야말로 6.4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투표해야 할 유력한 근거이자 충북지역은 물론 나라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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