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을 위한 미국행은 안돼'

2008.04.02 22:22:00

미셸 리 美워싱턴 DC교육감이 1일(현지시간) 한미 언론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미국 최초의 한인 교육감으로 워싱턴DC의 교육개혁을 선도하고 있는 미셸 리(Michelle Rhee·38).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미국내 '주목받은 여성'으로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이 한국의 사교육 열풍,특히 어린 자녀의 영어교육만을 위한 맹목적 미국행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셸 리 교육감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교육청 집무실에서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한국언론재단 후원)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중견 언론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 자체가 어린 학생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행을 결정한 많은 학생들의 경우 다양한 학습기회를 얻는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이른바 <기러기 아빠>현상에서 나타나듯이 가족의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행을 고집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셸 리 교육감은 특히 '영어습득만을 위한 자녀들과의 맹목적 미국행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자원이 동시에 투입돼야 하는 작업'이라고 지적하면서 '모든 학교에서 그같은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무리하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미셸 리 교육감은 지난해 취임 첫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한 기초작업에 매진했고 앞으로의 목표는 일선 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교사노조'의 힘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결과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미셸 리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9개월의 개혁성과를 자평해달라 = 교육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지난 9년동안의 진전보다 지난 9개월이 훨씬 개혁적이었다고 격려해주고 있다.실제로 그동안 워싱턴 D.C내 23개 공립학교를 폐쇄하고 27개 학교의 개혁작업을 완수했다.

*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교육환경은 = 사실 워싱턴 DC지역의 교육환경이 가장 낙후돼있다.학생 1명당 교육비는 미국내 최고수준이지만 학업성과지수는 가장 낮다.부유한 계층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있지만 빈곤층 자녀들은 잠재력이 있더라도 그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때문에 일선 공교육 현장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 한국의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 들어보지 못했다.나의 두 딸들도 어렸을 때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학교에 다녔다.듀얼 랭귀지 시스템이 어느 면에서는 효율적이기도 하다.물론 한국에서도 영어교육을 잘만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모든 학교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 기러기 아빠의 현실 = 한국의 교육시스템 자체가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때문에 어느 면에서는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공부하는 게 아이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기러기 아빠'와 같이 가족의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의 가치를 최고로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특히 영어 습득만을 위한 무조건적인 미국행은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 한국의 사교육열 = 사교육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그러나 공교육도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물론 사교육과 공교육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지는 부모의 결정에 달려있다.동시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경쟁해야 한다.

* 빈곤층 자녀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 사실 빈곤지역의 학부모들은 교육의 가치를 모른다.때문에 아이들이 바라보고 따를 수 있는 '롤 모델'(role model)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교육감에 임명됐을 때 사람들이 한국계 미국인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이제는 만나서 얘기하면 내 역할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 교육감으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 모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지금까지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초작업에 매진해 왔지만 앞으로는 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사실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제반 분야에 걸쳐 전문가 수준의 자질을 갖춘 교사가 제공하는 교육이 진정 최고의 교육이다.

* 처음 교사생활의 경험은 = 볼티모어에서 빈곤층 흑인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정말 첫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그러나 다른 동료들과 힘을 합쳐 아이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2년동안 휴가도 없이 열정적으로 했다.그 결과 성적이 30점이었던 아이가 1년만에 90점까지 올랐다.아이들의 능력을 바꾸는 것은 교사의 질이다.이같은 인연으로 1990년대 중반 시민단체(Teach for America)에서 활동하게 됐다.

* 부모님의 교육은 어땠나 = 어렸을 적 부모님들로부터 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교육의 가치를 알고 자랐다고 말하고 싶다.아버지는 특히 개방적이었고 공부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교육적 압력은 성공적인 결과를 수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임기를 마칠 때까지의 각오 =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내 성격이 또 그렇다.신념이 확실하면 밀고 나간다.그동안 개혁작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항의시위가 있었고 나에게 물건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이전 교육감들은 임기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눈치를 봤지만 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애드리언 펜티 시장이 나를 임명하면서 임기동안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물론 나는 임기에 연연해 하지는 않는다.

* 교사노조? = 고용안정등을 요구하는 교사노조의 힘이 너무 커지면 정작 학생들에게 돌아갈 교육의 혜택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이 부분은 한국정부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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