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플래너가 '특별한 혜택'이라며 패키지 가격을 제시했다. 보다 저렴한 270만원이었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색내면서도 예식장측에서 필수로 묶어놓은 항목은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패키지 가격을 적용했을 때 각각의 비용도 알 수 없었다.
웨딩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은 예식장 측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야했다.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따로 계약을 하면 패키지 가격을 적용할 수 없다고 강요했다. 예식장의 일방적인 계약에 맞춰 결혼하는 느낌이 들어 홍씨는 몹시 불쾌했다.
추가 선택사항에서 홍씨와 여자 친구의 갈등이 불거졌다. 드레스 문제였다. 최신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대여하면 기본 가격에 몇 십만원 이상이 추가됐다. 웨딩 플래너가 홍씨를 자극했다. "신랑님,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몇 십 만원 더 투자하셔서 최고의 신부님으로 만들어줘야죠"
하객들을 대접하는 피로연 음식값도 따로 추가되는 비용이다. 홍씨는 신랑·신부 측 예상하객 인원수를 약 100~150명으로 잡았다. 동시에 웨딩플래너의 손이 계약서 하단으로 향했다. '식사보증계약인원 200명 이상이 돼야만 본 웨딩홀과 계약이 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1인당 2만5천원의 식비를 200인분으로 계약했다. 그렇게 식비로만 500만원이 지출됐다.
이렇게 나온 총 예상금액에 홍씨는 입을 다물 지 못했다. 1천만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다른 예식장을 찾았다. 별반 다를 것 없는 가격과 계약 조건. 예약 관계자는 "다른 곳도 예식장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에서 돈을 아끼면 안 된다는 핀잔도 곁들였다.
홍씨는 답답했다. 그는 "예식장들의 가격놀음에 보기 좋게 당하는 기분"이라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예식장들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결혼식을 사치문화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 김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