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닉스반도체와 충북도, 청주시의 투자유치 협약이 지난 4월 2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려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 청주산업단지 내 옛 삼익공장 부지에 거대한 규모의 하이닉스반도체 복층 팹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복층 팹 건축 제안…하이닉스 공감 얻어
하이닉스반도체 증설공장 청주 유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노화욱(54) 충북도 정무부지사다.
지난 19일 오후 잠시 짬을 낸 노 부지사를 만났다.
노 부지사는 하이닉스 유치 과정은 충북과 경기의 경쟁이 아니라 충북과 하이닉스와의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의 청주 투자는 전적으로 ‘기업이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노 부지사는 “반도체산업의 성공은 어느 시점에,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관건”이라며 “(청주에 공장 증설)결정은 전적으로 하이닉스 경영진이 기업의 사활을 걸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천공장 내 공장 증설을 위해 역대 정부에 규제를 풀어줄 것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정부가 1980년대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와 수질환경보전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노 부지사는 정부가 하이닉스 때문에 수도권 규제정책을 해제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에 접근, 결국 그것이 주효했다.
노 부지사가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동물적 감각’은 하이닉스에 복층 팹을 제안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하이닉스 전무 출신인 노 부지사가 하이닉스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노 부지사는 처음부터 사실상 2개 라인을 유치하는 복층 팹 건축을 제안해 하이닉스의 공감을 얻어 냈다. 현재 건축되는 하이닉스 건물은 반도체 단일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노 부지사는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상황에선 단층보다 복층 팹이 유리하다”며 “건축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고 추후 증설에 따른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투자 타이밍이 중요한 반도체산업에선 절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 2월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1차관의 하이닉스 사장 단독후보 선정은 절호의 기회였다. 김 사장은 사장 내정자 신분에서 하이닉스 청주공장 복층 증설을 과감히 결정했다. 투자 타이밍을 중시했음을 반증한 것이다.
노 부지사는 “반도체산업의 성패는 시황 변화에 대한 예측이 결정적”이라며 “지구상에서 가장 첨단의 타이밍 경영이 바로 반도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청주 유치 과정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태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한 채권자가 3자에게 권리를 양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더구나 채권을 양도받은 인물의 부인이 다름아니라 이천에서 모 병원의 원장이면서 사회단체장을 맡아 이천공장 증설 운동에 앞장섰던 것이다.
노 부지사는 “한 달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얼마나 피말리는 시간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마디였다.
노 부지사는 “하이닉스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앞으로 3년 동안의 인력 투입이 중요하다”며 “도립 대학(충북과학대)을 반도체 전문대학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택 지사는 취임 직후 정무부지사에 노화욱 부지사를 임명했다. 지역 내에서 ‘말’도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부지사’로서 노 부지사의 역할은 일단 성공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하이닉스 유치를 비롯해 13조원을 향해 가는 투자유치에 실물경제인의 현실 감각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