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부부 더 건강… 농사일도 ‘거뜬‘

일부군은초고령화진입…지자체관심더기울여야

2007.02.16 00:31:19

최근 우리나라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가족이 흩어지고, 파괴된 가정에서는 아무도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 무서운 일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도내 장수마을인 괴산 문광면과 보은 회남면의 장수마을의 일상은 가족이 함께 살고 부부가 함께 늙어 해로동혈하는 장수사회의 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고령화 사회’, ‘장수 사회’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국민 평균 수명이 75세에 이르러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충북의 경우 도내 인구 중 65세이상 인구비율은 괴산군(24.1%), 보은군(23.2%), 영동군(20.3% 지난해 말 기준) 순으로 노인인구 비율의 20%이상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있다.
부부가 평생을 건강하게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래 해로한 장수부부일수록 싸우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을 주위에서 보지 못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늙어 해로 통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부간의 금슬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배우자와의 관계는 자녀와의 관계 못지않게 장수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고, 서로의 생활이 몸에 익어 습성이 되고 삶의 토대가 돼 있으며, 건강한 부부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괴산 문광면 유평리
예로부터 버드나무가 많았다해서 지어진 괴산군 문광면 유평리(이장 이총섭·61)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현재 70여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후덕한 인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구의 약 90%가 65세 이상으로 장수 마을로 불리고 있는 이 마을은 60년대 초반에는 130여가구 900여명이 살았던 비교적 큰 마을이었으며, 100세 이상 살았던 노인들도 10여명에 이르는 장수마을이다.
마침 마을 경로당에서는 마을 주민 20여명이 모여 한참 신나게 윷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윷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70∼80대 노인들이 주를 이뤘고 60대 초반인 마을이장과 몇 명의 주민들은 잔심부름을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을 보였다.
노인들이 흥에 겨운 모습을 보다 한참 후 밖을 나와 보니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아온 이필섭(76)·이계진(77·여) 내외가 설 맞이 준비를 위해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할아버지 내외는 “이제 내일 모레면 명절인데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과 손주들을 볼 수 있겠구먼”이라며 “읍내 장터에 나가 이발도 하고 제수용품도 장만하구 손주들이 좋아하는 주전부리 거리도 사와야지”하면서 뒷짐을 지고 마침 도착한 마을버스에 나란히 오르는 모습이 마치 설 명절을 앞두고 신난 어린이처럼 마냥 들뜬 모습이었다.
이필섭·이계진 부부는 평생을 유평리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지난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마을 이장을 맡았던 이 할아버지는 당시 마을의 각종 대소사를 원활하게 처리해 지금도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다.
이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를 잘 보필하며 궂은일 마다하지 않은 채 평생을 묵묵히 내조해온 인심 좋은 분이라며 이 부부에 대한 동네 어르신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할머니와 60여년을 함께해온 이 할아버지는 “마을에 정착해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아왔지만 우리할멈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노후생활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힘에 부쳐 농사일을 접으려 할 때마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놀릴 수 없다는 할멈의 말에 용기를 얻어 마음을 다잡아 왔다”고 말했다.
이총섭 이장은 “마을 노인들이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만 대부분 노인들이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몸이 불편할 때 돌볼 사람이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이 할아버지 내외의 경우 자식들이 타지로 나가 두 분만 지내시지만 늘 함께 다니시며 농사일을 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말했다.
△보은군 회남면 법수2리
보은군 회남면 법수2리의 ‘장수마을’ 사정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노인이 마을 전체의 57%에 이르고 있어 보은군에서 고령화율이 두 번째로 높은 이곳은 17가구 30여명이 모여 사는 400여년 된 고촌이다. 15일 점심때 마을 어귀에 접어드니 밭일을 마치고 경운기를 타고 들어오는 노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문득 적적해 보이기도 했다.
전 마을이장 김찬중(73)할아버지는 “학생들은 고사하고 젊은이 하나 찾아볼 수 없어 애 울음소리가 끊긴 지 20여년 됐고, 65세 노인이 청년 축에 든다”며 “농사를 짓기에 힘이 부치는데 농기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마을에서는 8천700만원을 들여 콤바인을 구입하고도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비닐덮개로 씌워 경로당 옆 마당에 보관해 뒀고, 트랙터는 며칠 전 외지인에게 빌려 줬다.
70세에 마을이장을 보고 있는 김철중씨는 “일할 사람이 없어 몸이 아파도 제때 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장 맡을 사람이 없어 돌아가며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정마을에서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듯 97세의 할머니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농촌 현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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