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독재자, 트위터 혁명에 무너지다

23년 통치 튀니지 대통령 민중봉기에 축출

2011.01.17 01:39:01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조용한 나라’ 튀니지 국민들이 14일(현지시간) 민중봉기를 통해 23년 독재 정권을 축출했다. 만성적 고실업과 고물가에 시달려온 튀니지 국민의 억눌려 있던 불만이 한 청년 노점상의 분신으로 폭발한 것이다. 튀니지의 민중봉기가 아프리카·중동의 다른 독재 국가에도 민주화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청년 노점상의 분신, ‘트위터 혁명’을 낳다=혁명은 지난해 12월 17일 튀니지 중부에 있는 인구 4만명의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시작됐다. 거리에서 무허가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는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청과물을 모두 빼앗겼다.

대학 졸업 후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부아지지는 시청 당국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시 청사 앞 도로에서 휘발유를 온몸에 끼얹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분신 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지난 4일 부아지지가 병원에서 끝내 사망하면서 시위 물결은 수도 튀니스까지 북상하며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한 활동가는 지난 10일 사망한 시위대 5명의 사진을 ‘레겝의 순교자’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렸고, 또 다른 이는 수도 튀니스의 내무부 청사에 감금되자 위치정보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통해 자신의 감금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튀니지 인구의 60%가 25세 이하인 젊은 국가인데다 페이스북 등의 가입자만도 전체 인구의 18%나 된다.

여기에는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따른 부정부패, 14%가 넘는 높은 실업률, 물가 폭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담겨 있었다. 튀니지의 가장 흔한 꽃의 이름 따 ‘재스민 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도 민초들의 분노가 기저에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 정부는 무장경찰을 동원해 주민 시위를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2일 내무장관 경질, 13일 대선 불출마 선언, 14일 내각 해산 등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그는 14일 밤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을 떠나면서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개헌 등을 통해 23년간 유지해 온 정권을 내놓았다.

◇여야 통합정부 추진 속 두 달 내 대선=푸아드 메바자(77) 국회의장은 15일 임시 대통령직에 취임한 뒤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에게 통합 정부 구성을 요구했다. 튀니지 헌법위원회는 45∼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예정대로 대선이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튀니지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돼 있지만 약탈과 시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 알리 대통령 부인 레일라 여사의 조카 이메드 트라벨시가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동부 휴양도시 모나스티르 교도소에선 방화에 따른 화재로 42명이 숨졌고, 인근의 또 다른 교도소에선 집단 폭동이 일어나 재소자 1000여명이 탈출하기도 했다. 튀니스 곳곳에는 군 병력과 탱크가 배치됐고 튀니스 국제공항에는 빠져나가려는 여행객들로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한편 현지 취재 중이던 독일인 사진기자 1명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아프리카 민주화 도미노 가능할까=이집트 인권운동가들은 15일 카이로의 튀니지 대사관 앞에서 춤을 추며 “이제 이집트인들의 차례”라고 외쳤다.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겨냥한 구호다.

이번 튀니지 사태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운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아랍 독재정권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및 중동 독재정권이 ‘철권’을 휘두르면서도 ‘오일머니’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제공: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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