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에 폐교된 관기초 소여분교(보은 마로)가 지난 23일 미술관(색깔있는 공간, 관장 원덕식)으로 변신했다.
쓸쓸하고 적막한 소여분교를 생동감 넘치는 미술관으로 변신을 시킨 이는 노정옥(42) · 원덕식(여·39) 부부.
시골마을의 한 폐교를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노정옥(왼쪽), 원덕식 부부.
'푸른 고래를 찾는 아이들'이란 동화집을 출간한 동화작가인 노정옥 씨와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서양화가인 원덕식 씨는 2년 전 소개로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그들만의 작업공간을 갖고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올해 1월 소여분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574㎡의 교실 8칸, 7천970㎡의 황량한 운동장. 처음에는 과연 미술관으로 변신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황량한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우거진 나무울타리와 학교를 지키고 있었던 아름드리 소나무의 멋진 자태를 보면서 희망을 얻고 미술관으로 변신의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운동장 한 켠을 돌담으로 멋지게 만들고 잔디를 깔아 자연과의 어울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만들려던 이곳을 시골의 작업 공간을 필요로 하는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예비 작가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자유로운 쉼터로 내 주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드디어 이들 부부는 지난 23일 미술관으로서의 변모한 모습을 세상에 알렸다.
미술관은 작은 교실을 하얀색으로 벽면을 색칠하고 잔디로 바닥을 깔아 순수한 자연 속에서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또 나머지 몇몇 교실은 글을 쓰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쉼터로 변했다.
이 자연 속 미술관에서는'폐교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주인장인 원덕식씨의 작품 '무거운 일요일', 이병욱 작가의 '달과 나선형 건물 사이를 떠도는 꿈' , 유병록 작가의 '동전 위 도널드' 등 11명의 작가가 출품한 23점의 작품이 다음달 6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한편 그들은 시골 작은 마을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미술관이 이질감보다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정옥 씨는"시골의 아이들에게 글을 보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그림을 보고 다양한 표현력으로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밝혔다.
원덕식 씨는"아직은 큰 것을 계획한 것도 없지만 무엇을 바라고 미술관을 개관하지는 않았다"며"그저 우리와 지역민 모두에게 유익한 공간, 시골마을의 자랑스런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은 / 정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