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식품 전경.
양념을 골고루 베게 하는 침지과정.
채수창 대표가 독일에서 직수입해 들여온 훈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원식품 생산부의 (사진 왼쪽부터) 김순덕, 양옥순, 정정희, 김경분씨가 훈연과정을 거친 뒤 진공포장을 앞둔 훈제오리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원식품 생산부의 김순덕(51, 사진왼쪽부터), 양옥순(55), 정정희(41), 김경분(46)씨는 요즘 일하기가 어떤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뜸 오리가 없어서 걱정이라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오리가 없어서 일을 더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가격도 많이 오른 데다 워낙 물량이 달리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입사 9년째를 맞은 시원식품의 터줏대감부터 3년차까지 경력은 다양했지만 일에 대한 프로정신은 그들의 손놀림 하나하나에 배어있었다. 지난여름만 해도 납품물량이 달려 새벽 2~3시까지 근무하면서도 '싱글벙글'이었다는 양옥순씨는 "지난 AI위기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행복한 시간이지만 오리가 더 많아 생산을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정희씨는 "사장님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신 뒤 직원들이 고생했다며 전 직원에게 보약과 함께 급여도 인상해 주시고 매출이 오르면 상여금을 지급해 주시니 누가 열심히 하지 않겠느냐"며 "회사가 직원들을 믿고 맡기니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런 노력을 회사가 보상해 주니 모두 우리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원식품 직원들은 그냥 월급만 받아가는 곳이라는 수동적 생각이 아닌 회사가 나에게 믿고 맡긴 부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능동적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시원식품
"수차례 AI위기가 닥칠 때마다 남들은 망하려고 작정했다고들 했지만 제품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고비를 넘기다 보니 맛을 본 고객들이 다시 찾아줘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채수창 대표는 지금의 시원식품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채 대표는 "경기가 안 좋아 외식업계가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월 10만수의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가공기술 특허와 식품업계에서는 인증받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벤처기업 인증 및 이노비즈 기업 선정, ISO9001과 ISO14001 인증 등 항상 균일한 품질로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 고객들에게 믿음을 준 것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 전공의 전자제품 개발팀장에서 전혀 관련 없던 오리훈제 업체의 사장으로 거듭나 처음엔 후회도 많았다는 그는 "기억에 남는 일은 식품 전공도 아닌 분야에 뛰어들어 열심히 해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시장 안 좋아지면 더욱 움츠려들기 마련인데 그때 홍보를 더 강화하고 영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려울 때는 당장 수익을 내려고 하기보단 멀리 보고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위기극복의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오히려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찾아주는 고객이 늘어나 보람을 느낀다"며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기는 하지만 옛말에 '일을 쫓으면 사업가가 되고 돈을 쫒으면 사기꾼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여건이 되는 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식품업계에 뛰어든 뒤 찾아온 두 번의 큰 시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그중에서도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찾아온 지난 6년 전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 때를 들었다.
그는 "6년 전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터졌을 때 순식간에 어려워져 자살까지 준비했었다"며 "매스컴에 계속 어려움이 보도되니 연체한번 없이 회사의 자금부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어도 은행에서 대출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며 부도위기까지 몰린 뒤 우여곡절을 겪으며 재계약을 얻어 냈고 그 당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각오가 지금의 시원식품을 만들었고 지금도 그런 각오를 잊지 않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리훈제 분야에서는 최고를 자부하는 만큼 앞으로는 종합식품회사가 목표로 오리 포함한 육류 소세지와 햄까지 만들고 싶다"며 "내년이나 후년에는 지금의 공장을 증축해 가공수준을 끌어올리고 수출에도 나서 시원식품하면 믿을 수 있는 식품회사로 인식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