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취지로 시작한 의약분업이 시행 10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으며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의약분업은 쉽게 말해 병원에서 처방전을 주면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도록 하는 제도로 처방과 조제를 구분, 불필요한 약의 남용을 막자는 뜻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약국의 경영이 처방전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처방하는 약품의 목록을 자신들과 담합한 약국에만 제공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직장인 안 모(30)씨도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 진료가 끝난 뒤 병원에서 조금 떨어진 약국을 찾았지만 해당 약국은 "우린 이 병원약이 없다"며 "약을 처방한 병원 앞에 가보라"고 했다. 안 씨는 할 수 없이 병원 앞 약국으로 다시 가 해당 약품을 조제 받았다.
이처럼 병원과의 담합을 통해 해당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가져다 놓는 것이 약국 경영의 '상식'이 되고 있다. 약국에 수천가지 약을 모두 갖다 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병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약사들의 전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할 때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 어느 약국에 가더라도 약의 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의 경영이 전적으로 처방전에 의존하다 보니 처방되는 약품 목록을 받기 위해 병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며 "근처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약국 경영의 첫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일부 부유한 약사들이 건물을 매입한 뒤 개인병원을 유치, 자신들의 약을 처방전에 써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한 개인병원 의사는 "처방전 약품 목록이 한 건물에 있는 의사와 약사 간 파워에 따라 결정된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만든 의약분업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