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일왕에 90도 인사 논란

2009.11.16 10:58:45

일왕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극도의 예를 갖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과공(過恭)'이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일본을 떠나기 전 아키히토 일왕 부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매우 공손한 자세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반면 아키히토 일왕은 오바마의 손만 맞잡은 채 목례로 답했을 뿐 허리를 굽히지는 않았다.

오바마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사우디 국왕을 만났을 때 다른 외국 정상들과는 달리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바람에 귀국한 뒤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였다"며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왕들 앞에 얼마나 더 고개를 숙여야 하는가", "오바마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예수를 만나도 오바마는 과연 깍듯하게 인사할 것인가", "정말 오바마 대통령은 왜 그렇게 한 것인가"...

특히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 2007년 일본을 방문했던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과 만나 뻣뻣한 자세로 악수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오바마의 '과공(過恭)'과 대비해 크게 보도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허리를 깊게 숙인 인사는 윗사람에 대한 커다란 존경심과 경의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곧은 자세로 악수를 하는게 더 좋게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언론들은 올해 초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영국 버킹엄궁을 방문했을 때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등에 손을 얹는 '결례'를 범했던 것과 비교해도 이번 오바마의 90도 인사는 '너무 나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들은 "상당수 미국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체니 전 부통령처럼 그냥 악수만하는 것이 나았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다른 언론은 오바마가 일왕에게 극도의 예를 갖춘 것은 취임후 첫 일본 방문에서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일왕에게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적 의전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이를 정치적 논란거리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서 행한 연설과 이에 대한 반응, 또 미일 정상회동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방일은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 훌륭한 방문이었다"고 반박했다.

LA타임스는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은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쇼와 일왕이 2차대전 종전 항복 선언을 할 때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옆에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던 사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신문은 이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면 이번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저자세 외교'의 시발점으로 지목했다.

클린턴은 지난 1994년 아키히토 일왕이 백악관을 예방했을 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바람에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당시에도 백악관은 '외교적 프로토콜'일 뿐이라고 해명했었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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