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의 선견지명

2024.05.07 15:12:23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출산수당 3천만 원과 결혼수당 1억 원 지원은 지난 2007년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허경영의 공약이다. 당시 그의 결혼수당 1억 원 지급공약은 '아닌 밤에 봉창 뜯는 소리'같은 허무맹랑한 공약이란 비웃음을 샀다.

대선 후에도 그의 입은 휴식을 몰랐다. 각종 TV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아이큐가 430이며 외계인과 교신이 가능한 초능력자로 반기문씨가 UN 사무총장이 된 것도 자신의 양보 덕이라는 등의 충격적 비밀을 심심찮게 폭로하는 바람에 전 국민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긴장하며 지켜봐야 했다.

그의 허풍이 갈수록 심해지자 대중은 허경영의 허풍이 도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고 최고수를 뜻하는 '본좌'란 별명을 허경영에게 붙여주었다. 허풍계에선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최 고수의 자리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기초의원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각종 선거에 8차례 출마했던 그는 2022년 20대 대선엔 국가혁명당 후보로 결혼자금 1억 원, 출산 시 1인당 5천만 원, 자녀 10살까지 월 100만 원 육아수당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국회의원 100명 축소와 65세 이상 노인수당 월 70만원 지급 등과 함께였다.

***현실화되는 허경영의 공약

그런데 허무맹랑한 막말이라 비난을 받던 허경영의 공약이 서서히 현실화 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허경영의 말대로 각종 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보며 '허경영이 맞았습니다. 여당도 야당도 따라하는 저출산 정책 예언'이라는 허경영의 지난 선거공보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허경영이 허풍계의 본좌가 아닌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의 본좌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살펴보자. 1997년 15대 대선 때의 공약인 '토요 휴무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됐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제시한 '노인수당'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지급을 결정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총선 정책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 역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안을 내세웠다. 허경영의 국가혁명당 공약과 거의 닮은꼴인 공약들이다.

민주당의 저출생 종합대책은 신혼부부에 대한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여 결혼, 출산 부부에게 대규모 현금성 지원을 해주자는 공약이다. 자산·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 원의 '결혼 출산지원금'을 대출해주고, 첫째 아이 출산 시 이자 감면, 둘째 출산엔 원금의 50% 감면, 셋째까지 출산하면 1억 원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방안이다.

***출산 지원금으로 저출산이 해결될까

출산율이 갈수록 급감하자 허경영식 결혼출산 지원금정책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신생아 1명당 1억 원을 지급하려면 23조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하는 25만원씩의 민생회복지원금 13조를 신생아 지원에 우선 지원 조정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민생회복지원금 13조와 출산 지원금 23조를 기분 내키는 대로 외치는 것을 듣고 있자니 허경영을 비웃었던 과거를 뉘우치게 된다.

지금 청년들의 생애 과정에 대한 의식은 허경영이 결혼출산 수당 지원을 선거 공약으로 던졌던 1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제 나이에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일자리를 가지지 않아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 세태가 된 것이다.

생애과정에 대한 연결고리에 연연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지원금 정책이 먹힐 수 있을까. 이도저도 안 되니 돈으로 막아보겠다는 정책이 다른 부작용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일단 '결혼수당 1억 원' 원조 공약을 던졌던 허경영의 선지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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