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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힌다. 폭염의 맹위에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기에 '엎드릴 복(伏)'자를 더위 앞에 붙인 복더위라는 말이 생겼을까·

'복(伏)'자를 살펴보면 사람(人)옆에 개(犬)가 움츠려 있는 형상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진나라 통사를 기록한 진본기에 '개로써 벌레를 제어했으므로 처음 복날을 만들었다'라는 기록이 전한다. 진덕공 2년, 도성의 4대문 안에서 들끓는 벌레들을 물리치기 위해 제사를 지냈는데 이 때 개를 잡아 제물로 바쳤던 모양이다. 얼마나 여름 해충이 괴로웠으면 제사를 다 지냈겠나 싶다.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한다는 구실로 복날이면 으레 보양식을 찾는다. 너무 잘 먹어서 성인병이 생길 지경인 몸이라면 겸손하게 한 끼쯤 단식을 해야 몸에 대한 예의일 텐데, 이날 고기를 먹지 않으면 큰 손해라도 입는 듯 온 국민이 식탐에 혈안이다.

복날을 핑계로 삼계탕이나 장어 같은 별식을 먹기 위해 복 날짜를 확인하기도 한다. 초복,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 삼복은 음력이 아닌 24절기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양력으로 7월8일쯤인 소서와 8월23일쯤인 처서 안에 매년 복이 드는데, 올 초복은 지난 7월 12일, 중복은 7월 22일이었다. 마지막 남은 말복이 오는 8월 11일이다.

그런데 취향에 맞는 고기를 골라 즐기는 날로 인식된 복날에 동물의 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지난 초복,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던 광주 동물위령제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일부 애견인들이 보신문화를 반대하며 개 위령제를 지내오긴 했다. 인간에게 목숨을 보시한 닭의 넋을 위해 계혼비를 세우고 닭 위령제를 지내는 계육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한 기발한 희극인이 닭을 위로하는 굿판을 벌여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식용으로 소비되는 모든 동물들을 차별 없이 애도하는 '동물위령제'는 광주 동물 위령제가 처음인 듯하다.

참여 단체도 다양하다. 녹색당 광주시당과 노동당 광주시당, 동물보호단체 '가치보듬'은 인간의 식도락을 위해 희생된 동물들을 애도하며 고기 먹는 날이 돼버린 복날문화에 일침을 가하고자 이 행사에 마음을 같이 했다. '동물의, 동물을 위한 복날'이 이번 동물위령제의 주제였다.

동물위령제 참가자들은 검은 옷과 국화꽃을 들고 식용으로 희생된 동물들을 애도하는 위령문을 함께 낭독하고 묵념을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중복에 이어 말복에는 열악한 광주 동물보호소의 시설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동물 위령제는 동물의 사후 의례다. 단순히 식용 등으로 죽은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학적 발전이나 복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을 의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학습이 이루어지는 생명과학연구소, 의대, 수의대학 등의 기관에서 동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부속 국립독성과학원에서는 1년에 한 번 추석이 지난 10월 말쯤에 동물위령의식을 행하는데, 동물실험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위령제에 참석하여 동물의 혼을 달랜다. 위령제의 제단엔 사료나 야채, 감자 등 동물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린다고 한다. 식약청 부지에는 1929년에 세워진 동물 위령비도 있다. 거의 90년이 된 동물 위령의 역사가 놀랍다.

이번 동물위령제 참가자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복날 몰아서 육식을 하는 문화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 빈곤했던 시절에는 벼르고 별러 맛본 보양식 한 그릇에 원기가 살아났을 것이지만, 누구나 비만을 걱정하는 요즘에 칼로리가 농축된 보양식을 일부러 먹어야 할까 의문이다.

무더운 복중에 더위귀신을 쫓으려 붉은 팥죽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팥죽대신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으로 복더위를 이겨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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