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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농가의 풍속과 권농이 담긴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조선후기 헌종 때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월령체 장편가사로, 한해 열두 달 동안 농가에서 할 일을 달마다 정리한 시가다. 그 중 팔월의 월령에 명절이란 말과 추석의 풍습이 들어있다.

"북어쾌 젓조기 사다 추석명일을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은 우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눠 먹세(북어쾌 젓조기로/ 秋夕名日 쉬어보세/新稻酒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先山에 祭物하고/ 이옷집 난화먹세)"

"추석 명일 쉬어보세"의 '명일'은 시간이 지나며 '명절'로 변화했다고 한다. 월령가를 훑어보면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하여 여러 가지 놀이와 철에 맞는 별미를 가족, 이웃과 즐기며 흥겹게 기념하는 날이 전통명절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팔월령에는 명절에 말미를 받아 친정에 근친을 가는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명절에 친정집을 찾는 며느리는 삶은 고기와 떡을 고리에 담고 새로 거른 술병도 챙겼다. 초록 장옷에 남빛 치마로 곱게 단장한 며느리를 배웅하는 시가의 마음씀씀이도 푸근했다.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구나. 한가위 밝은 달밤에 마음 놓고 놀고 오소(여름동안 지친얼골/ 소복이 되엿느냐/ 中秋夜 발근달에/ 지기펴고 놀고오소)"

여름 더위에 지친 며느리의 얼굴이 다시 뽀얗게 피어난 것을 보며 마음껏 놀다 오라는 시부모의 사랑이 짠하다. 오랜만에 만난 딸의 얼굴을 보며 사돈이 행여 마음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따뜻한 어른의 마음을 며느리도 감사히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절이 가족과 함께 즐겁게 쉬며 보내는 특별한 휴일이 아니라 가족이 모일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나는 특별히 고통스러운 날로 변해 버린 듯싶다. 인터넷의 여성 커뮤니티는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아우성으로 온통 도배다. 올라온 사연들의 제목만으로도 실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추석 전날 시엄니랑 싸우고 친정왔어요/ 27년째 명절 스트레스/ 추석날 큰 시누와 시모, 쌍으로 짜증 나/ 누굴 위한 명절인지 너무한 친척들/ 명절 끝나고 이혼이 많아진다는 거 이해가네"

지난해 이혼건수가 월 평균 9천100여 건이었는데 추석 다음 달인 10월에는 9천800여 건을 기록했다. 명절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이 통계로 증명됐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한 가족끼리 창을 잡는다는 뜻의 '동실조과(同室操戈)는 부끄러운 '집안싸움'을 경계하는 비유다. 정나라의 대부 서오범의 아리따운 여동생을 서로 차지하려 사촌형제 지간인 공손초와 공손흑은 형제끼리 창을 겨누는 참극을 벌인다.

뒷날 맹자는 이들의 일화를 들어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모욕한 뒤에 남이 그를 모욕하며, 가정은 스스로 무너뜨린 뒤에 남이 무너뜨리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망할 짓을 한 후에 남이 멸망시킨다.(夫人必自侮然後 人侮之 家必自毁 人毁之 國必自伐而後 人伐之)"는 경계의 말을 남겼다.

극심한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수많은 사연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곡절이 얽힌듯하지만 신통하게도 그 이유는 하나, 떨어져 살던 가족이 만났기 때문이다. 내 집 네 집 가릴 것 없는 참담한 작금의 현실을 두고 한 청년이 트위터에 올린 명절의 정의가 대박이다.

"명절대이동,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정말 웃긴 풍습임. 온 나라 사람들이 차표를 끊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대기하고, 예매하고 가족들을 만나러 가서 싸움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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