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본부의 얄팍한 계략

2009.07.21 19:44:19

충북도내 모범 119소년대원 200명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1박2일간 청원군 문의면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여름수련캠프에 참가했다.

그간 도내 일선 시·군 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수련캠프를 열다 올 들어 도 단위로 처음 열렸다.

주최는 도내 소방업무를 총괄하는 충북도소방본부였다.

초등학생들에게 '119소년단원'이라는 자긍심과 소속감을 심어주고,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체험교육을 통해 위급상황대처능력을 키워주는 게 캠프 취지다.

200명의 초등학생들은 학교수업도 반납한 채 숨이 턱턱 막힐 듯한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서도 열정을 갖고 캠프일정을 소화해냈다.

나름대로 '119소년단원'이란 자긍심을 얻으려, 틀에 박힌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TV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방체험을 한다는 부푼 기대감에 비지땀을 흘렸다.

캠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노력을 기울이기는 소방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열린 통합 캠프라는 의미에서 언론홍보에도 예전과 다른 열정을 보였다.

캠프가 열리기 이틀 전 도내 전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일선 소방서 공무원들까지 나서서 보도를 간곡히(?) 부탁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 진행자들의 통솔력, 학생들의 일사분란한 행동 덕분에 캠프는 성공리에 끝났다.

주말인 18일 도 소방본부는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보도자료를 다시 언론사에 배포했다.

소년단원들이 손을 잡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사진도 첨부했다.

단원들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충북 오송 유치 기원'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찍은 단체사진도 있었다.

초등학교 4∼6학년생들이 참가한 여름캠프에 '첨복단지 오송 유치 기원'이 왜 나왔을까?

소방당국은 첨복단지 오송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차원에서 사진촬영을 했다고 한다.

정작 학생들은 왜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도, 첨복단지가 무엇인지도 모른 체 모델역할만 했다.

내면을 들여다보니 소방본부의 '얄팍한 계략'이었다.

최근 충북도가 각 실과별로 첨복단지 오송 유치 홍보 실적 등을 파악하고 나서자 도 산하기관인 소방본부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였다.

소방본부 입장에선 상급기관의 질책을 면하기 위해 실적부터 쌓아야 했다.

결국 여름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소방본부의 홍보실적 메우기로 활용한 셈이다.

자체적인 기획홍보력 부재는 차치하더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캠프에 참가한 동심을 '홍보실적용'내지 '질책면피용'으로 악용(?)한 점은 비양심적 행태 아닌가.

119소년단원 여름수련캠프는 내년에도 열린다. 2010년 캠프는 소방본부의 어떠한 계략에 활용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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