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대표공원 '병들어 간다'

상당·중앙공원, 우범지역 전락

2009.07.20 20:37:29

청주시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인 중앙공원이 무료함을 달랴려 공원을 찾는 노인들을 상대로 윷놀이나 화투를 치는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충북 청주의 대표적 시민휴식공간인 중앙공원과 상당공원이 병들고 있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공원에서 대낮에 고액의 판돈이 오가는 도박판이 벌어지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다.

도심 속 숲이 우거진 자연공간의 상당공원은 확성기의 고성이 난무하고 폭력사태까지 빚는 이익단체의 집회·시위장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청주중앙공원은 지난 1937년에 8만1천983.84m²(2만4천800평)의 규모로 조성돼 올해로 72년이 되고 있다.

공원 내에는 1천년 된 은행나무인 압각수(충북기념물 5)와 목조 2층 누각인 병마절도사영문(충북유형문화재 15호) 등 유적이 모여 있어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닌 청주시민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원으로서의 기능은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전문도박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무료함을 달래려 공원을 찾는 노인들을 상대로 대낮에 윷놀이나 화투 등 '사기도박'을 벌이고 있다.

밤 시간대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판을 벌이고, 또래 학생들을 폭행한 뒤 금품을 뜯는 등 우범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청주상당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976년 1만㎡ 규모로 조성된 이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과 편의시설을 도모하는 동시에 충분한 녹지를 제공하고 있다.

공원이 숲으로 우거져 도심 속 자연공간을 확보한 유일한 장소인데다 공원 내에는 도민 헌장탑과 의병장 한봉수 동상이 있다. 특히 결혼의 계절인 봄·가을에는 예비 신랑신부의 기념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상당공원은 '집회·시위장소의 1번지'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공원 외곽은 각종 단체들이 내걸은 플래카드로 홍수를 이루는데다 천막을 설치하고 장기간 농성을 벌이는 탓에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실례로 지난 10일 상당공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 설치반대 궐기대회를 벌이던 보수단체와 미디어관련법 저지 천막 농성을 벌이려던 시민단체간 마찰이 빚어졌고, 취재 기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다보니 관련기관이 나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에 중점을 두고,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히 대처해 시민들의 문화·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주부 김은희(34)씨는 "중앙·상당공원은 그야말로 청주를 대표하는 공원인데 지금은 시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장소가 됐다"며 "앞으로라도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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