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주년 여경의날 - 청주 사천지구대 이진희 순경

"외사 분야 최고의 다모 꿈꿔"

2009.06.30 20:45:19

노을이 질 무렵인 오후 7시. 어머니가 해준 따뜻한 밥으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 빳빳하게 다려진 제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어깨에 단 계급장을 만져본다. 뿌듯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치러야 할 '취객과의 전쟁'을 생각한다.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

'뒤에서 울지언정 앞에선 절대 기죽지 말자. 경찰답게 하는 거야. 이진희 파이팅!'.

야간 순찰근무에 나서는 이 순경이다.

그녀는 당당한 공권력의 수행자란 꿈을 갖고 지난달 1일 첫발을 내디딘 '병아리 여경'이다.

63주년 여경의 날

1일은 63주년 '여경(女警)의 날'이다.
충북 여성 경찰은 모두 161명. 전체 경찰(2천906명)의 5.5%에 불과하지만 수사, 교통, 생활안전 등 경찰업무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
제복을 입은 지 한 달,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새내기 여경 청주상당경찰서 사천지구대 순찰3팀 이진희(사진·26)순경을 만나 '최고의 다모(茶母)'가 되겠다는 그녀의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청주상당서 사천지구대 이진희 순경.

청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2006년 졸업 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해가 지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어렸을 적 꿈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경찰'.

학원을 그만뒀다. 유난히 무더웠던 2007년 7월. 순경공채 시험을 봤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밀려오는 자괴감을 애써 떨쳐냈다. 이듬해 다시 공채에 응시했다. 3개월 후 48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그래서 동기들보다 1∼2살 많다. '병아리'보다 '늦깎이'가 어울린다고 한다.

"신임순경교육을 받으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제식훈련과 체력단련은 그야말로 고통이었죠."

한 뼘의 그늘조차 찾기 힘든 뙤약볕 아래서의 제식훈련에 두 다리가 저려온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찜통 같은 날씨 속에서의 구보는 숨이 멎는 듯하다.

'경찰을 포기할까'라는 나약한 마음이 들까 되레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사회 약자의 손을 잡고 힘이 돼주는 '민중의 지팡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서다.

지난달 1일 첫 근무지로 발령받은 사천지구대 앞에 서자 마음이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경찰제복을 입었지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아직 범인 손에 수갑을 채워보지는 못했지만 기나긴 설득 끝에 폭행 피의자의 자수를 유도했다. 처음 느낀 보람이다. 실무를 천천히 배워나가면서 기대감에 어깨가 들썩인다.

"'여자니까' '여자라서'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죠. 세심함 같은 여경만의 특장이 있잖아요. 지켜봐주세요."

이 순경은 꿈이 있다. 900점대의 토익(Toeic)실력을 바탕으로 외사업무의 베테랑급 여경이 되는 것이다. 나날이 증가하는 외국인 관련 범죄를 빼어난 업무능력과 섬세한 접근으로 해결하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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