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2025.03.17 17:59:15

[충북일보] 아뿔싸~. 대한민국이 복합위기에 처했다. 예측하지 못한 '블랙스완'은 이미 저 앞을 날고 있다. 뒤에선 예상하고서도 안일하게 대응한 틈을 뚫고 '회색 코뿔소'가 달려들고 있다.

*** 광장 열기에 포획은 안 돼

12·3 계엄 발동 100일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중대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장의 찬반 대립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정치권도 거리와 광장의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대표 판결이 맞물렸다. 서로가 심리적 내전을 부추기고 있다. 갈등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회는 점점 더 분열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여야는 서로 사회통합을 꾀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려 있다. 사생결단하듯 나서고 있다. 음모론에 기름을 붓기도 한다. 참 안타깝다.

서울 광화문과 헌재 인근에선 연일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헌재와 법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야 의원들도 광장에 본격 합류하고 있다. 갈등과 분열의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사법부 결정은 사회 안정의 보루다. 최후의 결정이 폭력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 그건 나라의 공멸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다.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광장은 위대할 때가 많았다. 물론 비열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 반성으로 나온 게 의회정치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말과 글로 싸우면 된다. 광장은 오롯이 시민들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국회의원 공간으론 의회만큼 좋은 곳이 없다. 광장에서 분출한 시민들의 분노와 욕망을 거기서 걸러내면 된다. 그게 바로 의회정치다.

국회의원들이 있을 곳은 의회다. 그런데 2025년 3월, 의회를 버리고 광장으로 갔다.·여야가 다르지 않다. 물론 광장과 의회는 상통하는 공간이다. 무조건 분리가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다. 때로는 광장과 의회의 융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회가 광장의 열기에 포획돼선 곤란하다. 의회가 광장의 압박에 질식하면 정치는 사라진다. 정치의 파탄이다.

헌재의 심판과 법원의 재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두 사람의 운명은 각각 헌재와 법원에 달렸다. 그런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집권을 두려워한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혐오한다. 어떤 결론이 나든 한쪽은 내전의 동력으로 남겨진다. 현재의 분열을 치유하기도 힘들다. 정말 위기의 시간이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예상된다. 두 사람의 법적 운명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헌재와 법원의 대국적 시차 조정을 기대해 본다.

*** 승복의 지혜가 필요한 때

해 질 녘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어스름이 깊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확신할 만한 구석이 없다. 그저 희미할 뿐이다. 점점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뭔지 알 수 없다.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기각인지 인용인지, 무죄인지 유죄인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극한의 뇌관을 갖고 있다. 그래도 정답은 하나다. 낮은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깨끗한 승복뿐이다. 헌재와 법원의 시간이 길지 않다. 헌재와 법원은 한 치의 흠결이 없도록 고민해야 한다.

욕망이 성취를 이끄는 원동력인 건 맞다. 하지만 만족을 모를 땐 고통으로 밀어 넣는다. 심외무도(心外無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칼이 아니다. 진심을 다하는 마음뿐이다. 승복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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