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59주년> 통영상륙작전 참전한 유익환씨

"전세 바꾼 절체절명 작전… 죽어간 전우에 인사라도…"

2009.06.24 19:30:23

민족 분단을 고착화한 한국전쟁(6·25)이 발발 59주년을 맞았다. 사상자 200만명, 이산가족 1천만명을 남기고 정전(停戰)상태다. 59년이 흐르면서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지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59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통영상륙작전 등에 참가한 '영원한 해병' 유익환(사진·78·해병대 2기·청원군 가덕면 삼항리) 옹을 만나 '그날의 총성'을 들었다.

1949년 7월 20일. 유난히 일찍 찾아온 더위 탓에 끈적거리는 땀이 쉴 새 없이 흐른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된 까까머리의 18살 소년이 검정고무신을 질질 끌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해병대 창설' 소식을 전해 듣고 무작정 해병이 되겠다는 굳은 의지로 입대를 자원했다.

8월 1일. 어머니가 주신 삶은 고구마 다섯 개를 보따리에 담아 소년은 해병대 창설지인 경남 진해 덕산비행장으로 향했다.

훈련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비행장 콘크리트에서의 포복훈련으로 팔꿈치와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다. '악으로, 깡으로' 신병훈련을 마쳤다. 소년은 그렇게 '대한민국 해병'이 됐다.

"'통영상륙작전'은 죽어서도 잊지 못해. 형제 같은 전우였는데 인민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지. 마지막 인사도 못했어." 유익환 옹은 말을 잇지 못한다.

ⓒ김태훈 기자
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틀이 지나자 라디오에선 애국가 대신 인민군 군가가 흘러나왔다.

8월 17일 오후 6시. 유 옹이 속한 해병 1대대는 '통영상륙작전'에 투입됐다. 북한군이 점령한 경남 통영을 되찾아야만 진해와 부산을 지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작전이었다.

해병들은 진해에서 어선을 빌려 타고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앞바다로 향했다.

해군 함정이 통영 남쪽 해안에 함포 사격을 퍼붓는 틈을 타 해병대가 통영 뒷산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유 옹의 소대는 망일봉과 원문고개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18일 총격전은 끝났다. 이날 통영 시내에 있던 북한군은 전멸했다. 연일 북한군에 밀리거나 패전하는 절망 끝에 찾아 온 승전이었기에 모든 대원들은 '은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애칭도 얻었다.

하지만 소중한 전우를 잃었다. 머리에 총을 맞아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눈을 감았다. 전우의 목숨과 맞바꾼 승리였고, 전우의 피가 묻은 훈장이었다.

한 달 후인 9월 15일 유 옹은 부대를 따라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됐다. 또 한 번의 목숨을 건 전투였다. 수차례에 걸친 파상공격으로 북한군 인천경비여단과 18사단, 31사단을 격파했다. 10여일 후인 9월 27일 급기야 서울을 탈환했다. 유 옹은 소대원들과 함께 중앙청에 올라 태극기를 꽂았다. 눈물이 흘렀다. 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인 51년 3월 7일 김포지구 전투에서 북한군이 쏜 총알이 유 옹의 오른쪽 팔을 관통했다. 경기도 부평 해병대야전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진해 해군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그해 4월 16일 제대했다.

4형제를 둔 그는 4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지금은 시골 작은 집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6월 25일. 유 옹은 59년 전의 그날을 떠올린다.

떨쳐버리고 싶어도 머릿속은 온통 전쟁 기억뿐이다. 피워 본적 없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말한다.

"내 손에 죽은 인민군이 수천명이 넘어.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싸웠어. 그들도 내 형제, 내 민족인데 말이야. 부끄러운 자화상이지. 형제들끼리 총칼을 겨누는 짓은 우리세대에서 끝나야 해."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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