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청주시내 사업장의 임금체불액이 지난해보다 4배가량 급증했다. 정부의 제도적 조치가 행정력 부재로 산업 현장에 제대로 미치지 못한 탓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청주시내 126개 기업에서 75억 원의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임금체불은 75억 원(3천22명)이다. 지난해 19억5천만 원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이중 58억 원(2천960명)은 집중 청산지도를 통해 청산됐다. 고의·상습체불 사업장 등 8개소는 사법처리 됐다.
임금은 민생의 뿌리다.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다. 그래서 임금체불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임금체불은 기본적으로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니 기업 경영이 힘들고, 결국 근로자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치다. 체불 사업장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자영업 등이다. 건설업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일을 시켰으면 제때 대가를 지급하는 게 순서다. 그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부도덕한 사업주들이 아직도 많다. 지급 여력이 있는데도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더 큰 문제다. 한국은 산업재해와 함께 체불임금액이 높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경기 부진의 원인이 가장 크다. 하지만 고의적, 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자도 적지 않다. 사업주 처벌 등 임금 체불에 대한 여러 제재 방안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탓이다.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체불 당사자 신고에 의존해 해결하는 방식도 한 몫하고 있다. 현 제도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금체불은 근로자 착취 행위이자 생계 위협이다. 단순히 가정 경제를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임금체불은 지역사회에서 소비 저조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화 하면 결국 내수 부진과 국가 경제 악화를 부르게 된다. 그 사이 피해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해자 상당수는 노인이나 청소년, 여성,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임금체불을 '경제적 살인'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임금체불의 절반 이상은 상습적이다. 그러나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중간에 피해자와 합의라도 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선진국에선 임금이 한 달만 밀려도 사업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한다. 처벌 수위도 높다. 물론 현 정부도 임금체불 행위를 형사 범죄로 다루고 있다.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그동안 여러 차례 임금체불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체불임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악덕 사업주들을 엄단해야 한다. 그게 바로 약자 보호이자 민생이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동원되는 각종 편법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예방할 수 있다. 임금체불을 뿌리 뽑으려면 으름장이나 경고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라도 대지급금(국가가 체불임금 선지급)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회도 21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된 '상습 임금체불 방지법'을 다시 논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월급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아지면 국가 경제가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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