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농협에서 42년간 일하며 틈틈이 써온 시 55편을 모아 첫 시집을 출간한 베테랑 농협인이 있다.
주인공은 충주농협의 김인숙 상무다.
'나는 오른쪽을 사랑하지만 왼쪽은 나를 사랑한다'라는 제목의 이번 시집에는 오랜 시간 농업·농촌·농민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체득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과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표작 '사과밭의 비발디'는 지난해 가을 우박 피해 현장의 처참한 광경과 농민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비발디의 여름 3악장을 듣다가 / 우박을 맞는다 / 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사과 알들 / 음표는 여름을 노래하고 / 사과는 처참하게 생채기를 입었다 / 바닥에 쏟아진 사과의 눈물을 본다'라는 구절에서 농민의 애환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김 상무는 농민의 애환과 농촌에 대한 사랑, 농협 생활의 소소한 감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시 창작을 공부했고, 2010년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성과 감성,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빼어난 시를 쓰겠다는 의미를 담아 필명을 김이수(金二秀)로 정했다.
올해 12월 은퇴를 앞둔 그는 이미 작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재학 중인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2022년 전원생활 수기공모에서 '아흔 한 살 나의 시어머니'란 수필로 입상한 경험을 토대로 수필 분야 등단도 꿈꾸고 있다.
그는 "비록 평생을 몸담은 농협을 떠나지만 농업·농촌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농촌의 다양한 삶과 자연의 변화를 시와 수필로 많은 이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충주 / 윤호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