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대한민국이 직면한 숱한 당면과제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인구 감소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70~8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기성세대는 '콩나물교실', '오전·오후반' 등의 용어를 알 것이다. 학급당 인원이 60명을 넘어 70명을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표현 그대로 교실풍경이 시루에 가득담긴 콩나물 같다해서 '콩나무교실'이란 말이 생겼고, 교실이 부족해 오전과 오후로 나눠 등교한 적도 있다. 옛날 얘기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런 풍경이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변했다. 기성세대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졌던 결혼이 가치관의 변화와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결혼건수 자체가 급감했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늘면서 인구감소 속도는 산술체감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느낌이다. 인구 급증을 우려해 시민들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한때 청주공단입구 교차로에 세워졌던 인구전광탑도 되레 인구가 줄어들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 후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 전 분야에 걸친 사회적 격변현상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유의미한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암울하고 답답한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진퇴양난이 거듭되는 시기에 낭보가 들렸다. 지난달말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 동향이 지금까지 지표와는 사뭇 다르게 고무적으로 나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1년 전보다 1천124명(5.9%) 증가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2012년(2천95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2010년(6.1%) 이후 가장 높다. 통계청은 "코로나19 탓에 지연됐던 결혼이 2022년 8월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집중되면서 출생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고, "연말까지 출생아 수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출산율의 선행지표격인 혼인건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8월 혼인 건수는 1만7천527건으로 1년 전보다 2천917건(20.0%) 증가했다. 올해 4월 이후 다섯 달째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같은 달 기준으로 2010년(2천969건) 늘어난 뒤로 14년 만에 최대 폭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나타낸 것이라며 역대급 저출산이 바닥을 치고 반등으로 돌아서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같은 반전상황에 대해 "저출생 반전의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출생아 수가 저점을 찍고 증가율이 반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희망적인 시그널이 지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질대로 떨어진데다 각종 저출산 예방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반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장밋빛 논리를 펴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른 예단이다. 안정적인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만큼 고용과 돌봄, 균형발전, 외국인 유입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책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