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 실례합니다. 연세가 있으신듯한데 어찌 이곳에 혼자 계시나요. 주차장에 차도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던데요.
사람마다 차를 가져야 하는 겨. 그라구 내가 여기 주인이여. 저 안에 들어가 봐, 내가 거기 있어.
-예. 그럼 설마 노인장께서 김유신 장군이시라는 건가요.
그려, 내가 김유신이여, 내 사당에 내가 있는 게 이상햐.
-아, 아닙니다. 대 어른을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사람, 실없기는…. 그건 그렇고 여긴 왜 온 겨.
-아, 예. 지나가다 한번 둘러보고라도 가려고 들렀습니다. 몇 마디 여쭤 봐도 되겠는지요.
그랴아, 뭐, 바뿐 것도 없으니 묻고 싶은 거 뭐든 물어 봐.
-장군께서 신라 정통귀족이 아니라서 불만스러운 건 없으셨나요.
뭔 소리여. 내 정도면 감지덕지지, 안 그려. 서민 천민 노비들이 좀 많었어. 나 정도면, 더 바래면 안 되는 거여.
-하긴, 장군님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도 올라 계셔요. "말목 자른 김유신 통일 문무왕" 그렇게 돼 있어요.
그건 잘 된 게 아니구, 나를 '이 나라 3대 장군'이라고 해야지. '이순신, 나, 최영 이잖어.
-자부심이 대단하시네요. '천관녀'라고 아시지요. 말목을 베고 관계를 끊었던…, 심했다던가, 그 후로 후회하지는 않으셨나요.
그 때는 물불가리지 못할 때지,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다 할까. 그라다 모친 말씀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났어. 취기도 좀 있었구, 순간적 행동이었어. 나중에 한번 갔는데 못 찾겠더라구.
-그때 말목은 왜 베신 거예요.
아, 그 얘긴 그만 햐, 할 말두 없어.
-나중에 김춘추를 태종 무열왕으로 앉히잖아요, 사심이 들어간 것 아닌가요.
왜 그랴, 화백회의라고 몰라. 한 사람도 반대가 없으야 하는 건데 어떻게 내 사심이 들어가아, 나 혼자 하는 것두 아니구 만장일친데. 그런 말 말어.
-김춘추와 장군은 혼사로 맺어진 워낙 단단한 관계이시잖아요.
가깝게 지내다보니 그렇게 된 겨, 춘추가 동생 문희와 혼인해 내 매제가 되고 그 딸이 내 아내가 됐으니 장인이 된 거지, 좀 그렇긴 했지.
-동생 문희를 김춘추에게 소개했어요. 그가 왕이 될 줄 알았나요.
그런 걸 누가 알겠어, 그냥 비범하지 않았고 둘이 잘 어울린다 싶어서 이어준 거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당시에 겨뤄 본 장수 중 잊히지 않는 이가 있어요.
맞붙은 이 중에는 백제 계백 장군, 신라에서는 화랑 관창이지.
-싸움에 당나라를 끌어들였잖아요, 우리끼리, 신라 백제 고구려가 힘을 겨뤄 통일 할 순 없었나요. 외세를 힘입어 통일하고 옛 영토를 잃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꽤 있어요.
그때 일을 지금 시선으로 보기는 어려워, 그 당시에는 세 나라가 엄청 살벌했어. 서로 안 좋은 과거에, 영토분쟁도 많았고. 우리네 셋 뿐 아니라 왜와 당도 큰 변수였으니까,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지. 나당연합, 말이 좋지 당나라에도 신경을 엄청 써야 했어. 그냥 도와주는 게 아니라 걔들도 나름대로 속셈이 만만치 않았어. 나중에 다 드러내잖어.
-나라의 대외관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게 '내부 결속'여. 그 위에 국익을 우선해 판단해야지. 요즘 같아선 먼저 국민에게 충분히 이해를 구하는 게 엄청 중요하겠지.
-그러고 보니 이 시대에도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고, 한 발 물러나 있으니 더 잘 보여.
-그러시면, 한 가지만 더 여쭐게요.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의 우월을 유지하면서 잘 달래야지.
-감사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