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난해 7월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졌다. 곧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다.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마음 한 쪽이 늘 편치 않다. 재난의 추억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 참사 이유 기억해야 한다
1년 전 오송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4명이 희생됐다. 이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렸다. 죽음의 사선을 건너기도 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들의 고통과 기억이 생생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도 죄스러운 감정에 고통 받고 있다.
8일 오전 검은색 옷차림에 초록색 리본을 단 이들이 오송 지하차도에 나타났다. 오송 참사 1주기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다. 행사는 8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5일 추모미사까지다. 오송에서 청주까지 '기억과 다짐의 순례' 행진도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주관한다.
유가족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검찰의 태도다. 검찰은 이미 2개월 전에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기자회견 내내 '제대로 된 진상규명', '최고책임자 처벌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내건 까닭도 여기 있다.
정부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람들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번에도 헛되이 흘려보낸다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지원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기억하지 않는 사회엔 미래가 없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대형 재난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매번 반복하는 이유가 뭘까.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부실과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다음이 사후약방문식의 안이한 대응이다. 기업에만 애꿎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게 아니다. 관할 행정기관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기억은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로 가는 토대다. 경찰은 떠밀리듯 조치를 취할 게 아니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 참사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책임자 처리가 미진하다. 김 지사나 이 시장에 대한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을 이렇게 느슨하게 해선 안 된다.
기억해야 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안전은 국격이다. 오송 지하차도는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을 한순간 희생시켰다. 정부는 사고 앞에서 무능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다르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 책임지는 모습 중요하다
남은 과제들은 시민 몫이다. 분노 감정은 대형 참사의 사고책임자에게 집중된다. 그게 마지막 단계의 분노감정이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기라도 하면 감정은 더 격화된다. 부실수사와 법원의 결정을 질타하는 비난이 일기 시작한다. 기소와 함께 공판절차 진행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공판이 진행될수록 관심은 줄어든다.
충북도민은, 청주시민은 언제나 옳다. 김 지사와 이 지사는 노력해야 한다. 키워드는 책임이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솟아날 구멍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안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아무리 잘 대비해도 대형 참사는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기상재해 대비에는 과유불급이 있을 수 없다. 현장 없는 탁상행정을 했다면 책임을 회피키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장마도 대비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