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어머니의 그림

2024.06.12 15:02:15

어머니의 그림
         심억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소백산맥 달려오다 멈춘 산자락 가능골 배나무집
청풍 김씨 댁 육 남매 셋째 딸로 태어난 어머니
그림이 그려지는 보리죽도 마음껏 먹지 못했단다

하얀 이밥 배불리 먹어보려 열여덟 살에
초등학교 교장댁 맏아들에게 시집왔더니
신랑은 까까머리 고등학교 삼 학년 철부지
시어머니는 재취로 당신과 열두 살 차이

시아버지 교장으로 처음 부임한 초등학교
당신이 태어난 곳보다 더 깊은 산골
솔숲에 걸려있는 동전만 한 하늘 바라보며
별똥별 가슴에 안고 소리 없이 삼킨 산꼬대

산골 벗어나지 못하고 맏며느리로 보낸 삼십 년
어머니 보리죽 사발에 그린 최고의 그림
도시로 출가시킨 아들 넷 딸 하나 우리 오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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