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미열
이상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명자 꽃이 매콤하게 웃는 날
신발이 다 닳도록
햇살을 밀고 가는 봄이 두껍다
계절의 꽃가루 키질한 꽃의 혀는
벌 나비의 날개를 봄이면 부르는데
노을 그림자 무겁게 짊어진
다가서는 법을 모르는 인연의 포로가
입술을 꽁꽁 동여맨 질병을 앓으며 산다
망각 한 줌 제대로 굽지 못하는 낡은 가마터엔
허연 서리 내리고
희미한 불빛마저 제 집을 찾아 가는데
지불해야 할 손끝은 이미 헐어있다
그래도
모난 길에 주름을 펴
깨어서 걸어야 하는 길이 이승의 일
나이가 몸을 굽혀
익숙해져서 슬픈 오늘을 가슴에 품고
가난한 신발을 땅에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