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2024.05.21 15:01:24

양선규

시인·화가

5월은 청소년의 달답게 짙은 녹색의 나무와 숲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어른들도 세상 살이에 지친 심신에 청년과 같은 푸른 젊음의 기운이 물들어 몸과 정신이 가벼운 계절이다.

사람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더라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으면 죽어서도 마침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의 눈과 귀를 잃지 않으면 그림도 잘 보이고, 음악도 잘 들리며 삶 자체가 한 편의 '시(詩)'가 된다고 한다.

"노자(老子)는 어린이야말로 도(道)의 화신"이라고 했으며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마음속에 각인된 세수 82세, 법랍 58세에 해인사에서 입적하신 성철 스님은 수행을 하는 동안 천진스러운 어린아이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이 귀중하고도 소중한 순박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미덕을 하나씩 잃고 후회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평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앞서 깨달은 사람들은 귀가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꿈꾸며 성장해 오는 동안 예술과의 만남에 대해 꽤나 자부하며 살아온 것 같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10대 때는 미력하나마 문학과의 만남을 천행으로 알았고 20대에는 미술 학도로서 노작(勞作)을 위한 삶과 예술 사이에서 꽤나 고민을 하며 창작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아마도 그때는 대 자연의 섭리에 따른 서정적인 정서를 잃지 않고 어린이의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視線)이 나를 송두리째 예술과의 교감으로 이어지게 하여 마치 연애라도 하듯 열정의 시선(詩禪)과 화선(畵禪)의 세계로 나를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걸어오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부터 아쉽게도 조금씩 순수한 열정을 잃고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고 마치 몸의 일부가 빠져나간 것처럼, 불안정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물욕에 사로잡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의 귀와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요즈음 디지털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불행한 일이 있다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대중매체에 길들여져 있다. 나무가 잎을 피우고 성장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어린이의 마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볼 때 불행한 일이며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아직도 세상을 바라보고 듣는,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이 여려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이며 아름다운 보배가 아닐 수 없다.

물질 만능주의와 정보화의 대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시급한 일이 있다면 하루빨리 소중하고도 귀중한 어린아이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온전하게 되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여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천진스러운 마음의 눈으로 우리 몸과 정신에 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삶을 완성해 갈 때이다. 늦지 않았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붓을 들어 하얀 종이의 여백 위에 다시 아름다운 꿈을 그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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