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과 함께 하는 봄

2024.03.19 15:06:48

양선규

시인·화가

오래전부터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마다 붓을 들어 마음을 내어 보는 귀한 문구가 있다.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고 만든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일컫는 불교 사상이 담겨 있는 글이다.

불교 경전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일체(一切)란 우주 만물이라는 뜻이고 유(唯)란 오직이란 뜻이며 심조(心造)란 마음이 만들고 지어낸다는 뜻이다.

약인욕요지(若人欲了知) 삼세일체불(三世一切佛)

응관법계성(應觀法界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초강 양선규 작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만약 사람들이 삼세 일체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이 모든 법계의 성품을 보아야 한다. 일체는 모두 마음이 만들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은 <화엄경>의 사구게(四句偈)다.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가 오로지 마음이고 만법이 모두 유심(唯心)이라는 사상은 초기 불교,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계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 말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원효는 당나라 유학길에 오를 때 어느 날 동굴에서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바가지에 있는 물을 시원하게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골에 고인 물이었음을 알고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대사는 마음이 일어나므로 모든 것이 함께 일어난다는 불도의 진리를 깨닫고 다음과 같은 오도송을 남겼는데, 이 말은 <일체유심조>와 뜻이 같은 말이다.

심생고 종종법생(心生故 種種法生)

심멸고 감분불이(心滅故 龕墳不二)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없어지므로 동굴과 무덤이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체유심조에 대해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 미리 겁부터 먹고 일을 그르치거나 마음이 조급하여 불안함을 품고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 말고 그렇다고 게으르고 대충 살려고도 하지 말자. 과거에 집착하지도 말고 지나치게 미래에 기대지 말며 현재의 상태를 최고로 알고 나를 속이지 말고 남을 속이지도 않으면서 부끄럽지 않게 그냥 부지런히 살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넘어지고 깨어지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다행히 근심 걱정이 있어도 잘 넘기는 편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구름과 같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니 그 마음을 다독거리려거든 또 부지런히 마음 수양을 차곡차곡 쌓는 일밖에 없다.

서예는 대학 재학 시 전공 필수 과목으로 장암 이곤순 선생께 배우게 되었는데, 졸업 후에도 아내와 함께 10여 년 넘게 사사(師事) 한 적이 있어 현직 미술 교사로 있을 때 교학상장(敎學相長) 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데, 큰 힘이 되었으며 지금도 동양 철학과 한문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묵향을 가까이하면 정신과 인격 수양에도 좋으며 문자의 조형미가 담겨 있는 서예는 예술의 세계를 넘어 마음공부하는데, 좋다. 필묵을 가까이하여 마음 수양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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