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아무나 하나

2009.04.21 19:57:11

남녀 간의 입맞춤은 애정의 원초적 표현이다. 사람 뿐 만이 아니라 날짐승, 들짐승 할 것 없이 구애는 키스로부터 시작된다. 잉꼬는 시시때때로 암수가 부리를 맞추며 애정을 확인한다. 물론 인간에게 있어 육욕을 억제한 채 정신적인 사랑만 나누는 이른바 '플라토닉 러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흉내 내기엔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

남녀의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도 공개적인 입맞춤이 있었다. 이때는 키스를 일컬어 입술을 합친다 하여 합문(合吻)이라 했다. 마을에 온 사당패가 여섯 마당 공연을 마친 뒤, 줄을 타는 어름산이나 나이 어린 애사당이 관객으로부터 팁을 거두었는데 이때 짓꿎은 남정네는 엽전을 입에 물었다. 입에 문 엽전을 팁으로 받으려면 반드시 입으로 건네받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 팁을 받자면 도리 없이 키스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팁을 이름 하여 구전(口錢)이라 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구전의 뜻은 상거래를 성사시키고 나서 중개인이 먹는 소개비로 변했지만 말이다.

60년대의 영화에도 가끔 키스신이 등장했다. 그 야한(?) 영화를 보려고 정학 등 중징계도 불사하며 '학생 입장 불가'라는 금지 팻말을 위장전술로 돌파했지만 정작 키스신은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우산으로 가리는 통에 조급증을 나게 했다. 나보다 나이게 서너 살 위인 동네 청년들은 키스신이 나올라 치면 휘파람을 불어댔고 누나들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사실은 손가락 사이로 그 장면을 다 보았지만)

오늘날에는 영화는 둘째 치고 여러 TV채널에서 나오는 드라마에서도 키스 장면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외화에 있어서는 키스 신 없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키스가 보편화되었다. 미국의 DVD 대여 사이트인 '러브 필름 닷컴'에서 영화 속의 키스 신 명장면을 조사한 결과 클락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가 열연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는데 최근에는 4위로 밀려났다. 영화촬영 당시 비비안 리는 클락크 케이블의 의치(義齒)냄새로 곤혹을 치렀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2위는 오드리 햅번과 조지 페파드가 출연한 '팁파니에서 아침을'이 차지했고 3위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키스 명장면에 랭크되었다. 비록 이 조사에서 상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타이타닉에서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로즈 드윗(케이트 윈슬렛 분))의 선상 키스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키스는 아무나, 아무 곳에서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술과 키스를 금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영화의 키스 신 조차 금지하고 있다. 말레시아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키스를 하다 발각되면 75달러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집트 카이로의 어느 공원에서 배관공과 그의 약혼녀가 키스를 하다 들켜 24시간 서로 다른 구치소에 구금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에서는 키스가 자유로우나 사우스다코타 주법에는 콘서트나 연주 중에 키스 타임을 3분으로 제한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보호자를 대동치 않은 여자와의 키스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키스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다. 영국, 프랑스 등지에는 키스가 생활의 일부다. 부부나 연인사이에는 물론 모르는 사람 간에 인사를 나눌 때에도 가벼운 키스를 한다. 양 볼이나 손등에 키스를 하는 것은 그들의 인사다. 프랑스의 키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남자 1명이 평생 동안 섭취하는 립스틱 량이 평균 6개가 넘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키스의 종류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가벼운 뽀뽀 수준의 소프트 키스에서 설왕설래(舌往舌來)하는 딥 키스도 있다. 그중 프렌치 키스가 가장 진하다.

청주에 키스 방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노래방, 전화방, 보도방, PC방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키스 방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영업은 예약제로 이뤄지고 요금은 35분에 4만원, 1시간에 7만원이라고 한다. 키스와 더불어 여성의 가슴 정도는 만질 수 있다고 하나 그 이상은 발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성매매가 아닌 단순 접촉이기 때문에 처벌할 규정도 없다고 한다. 성욕이라는 것은 자꾸 발전하는 것인데 35분, 1시간 동안 키스로 일관하자면 엄청난 자제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키스란 사랑하는 사람사이에 이뤄지는 것인데 애정도 없이 돈만으로 키스를 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치 않을 수 없다. 처벌규정은 없다 해도 여러 사람과 키스를 나누는 것은 공중위생상 좋지 않다. 키스를 통해 독감, 인후염 등 각종 질병이 옮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키스는 아무나 하나...입술을 팔고 사는 세태가 왠지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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