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2022.05.31 14:55:30

[충북일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토트넘이 미국 아마존 프라임과 함께 2020년 8월부터 제작한 다큐멘터리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 1년 뒤인 2021년 12월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토트넘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 숨겨진 심각한 갈등의 현장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것 아니면 저것

'올 오어 낫씽'을 직역하면 양단간, 즉 이렇게 되든지 저렇게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다. 또 '전부냐 제로냐', 양자택일, 이율배반 등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현상을 얘기할 때 흔히 쓰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이 제목으로 선택한 '올 오어 낫씽'은 연출된 모습과 표현을 지양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 오어 낫씽'은 이기고 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스포츠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축구가 아닌 정치 영역에서 '올 오어 낫씽'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권력의 독점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어서다.

오늘(1일)은 민선 8기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일이다.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비롯해 253곳 기초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광역·기초의원까지 합치면 3천600명에서 4천 명을 뽑는 전국 단위 선거다.

우리나라의 선출직 임기는 대통령 5년을 제외하고 대부분 4년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해마다 선거를 하면서 국론분열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국론분열은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해방 후 70년 이상 심각한 좌우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의 상황을 '좌우 갈등'으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째든 서로 융합할 수 없는 두 축의 정치권력이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신기하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정치권력이 두 축으로 나눠져 심각한 갈등을 빚기 시작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노무현 신드롬을 불러온 '팬덤 정치'가 원인이 됐다.

김대중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DJP 연합'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팬덤'은 심각하지 않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팬덤'이 절정에 달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탄핵무효 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에서의 '팬덤'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정치인과 많다.

문제는 '팬덤'이 점점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팬덤'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독점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문 정부는 청와대와 국회 권력, 지방권력, 진보교육감, 광역·기초의원까지 대략 70%가 넘는 권력을 독점했다. 야당은 비루했고 '팬덤'을 우려한 국민들은 권력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주기 시작했다.

더 중요해진 균형

직선제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었던 문재인 정부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대신 갈등은 더 심화됐고, 170석의 집권 여당은 피아(彼我)를 불문한 견제를 실현하지 못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조어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올(All)의 여당은 역설적으로 10년 정권교체 주기가 5년으로 단축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낫씽(Nothing)의 야당은 4년만에 권력을 되찾았다.

국민들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한쪽은 오만해지고 다른 한쪽이 무기력해지는 순간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 남았다. 권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리더를 찾아야 한다. 지자체 행정은 정치보다 중용(中庸)이 더 중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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