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빛을 남긴 숭고한 마침표

숨진 손지은씨 '안구기증'

2009.03.19 20:09:28


19일 오후 2시 택시강도가 몰던 차량과 충돌해 목숨을 잃은 고(故) 손지은(27·여·사진)씨의 빈소가 차려진 청주 성모병원 장례식장.

유가족들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아무리 불러도 살아서 돌아오지 않을 딸의 이름을 그들은 가슴 찢어지게 불러댔다.

지은씨가 숨진 시각은 이날 오전 6시 50분께. 남편과 함께 출근길에 나선 지은씨는 20대 강도가 훔친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오면서 충돌해 숨졌다.

지은씨의 남편 이현구(28)씨도 크게 다쳐 청주한국병원 응급실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시각에 청주동부소방서 구조구급팀에는 교통사고 발생 출동 사이렌이 울렸다. 당직근무를 서고 있던 손덕수(51) 소방장은 딸의 사고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잠시 후 부인에게 딸이 사고 당했다는 비보를 들은 손씨는 부리나케 구조대 활동일지를 살펴봤다. 딸이었다. 이름을 확인한 손씨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급히 딸과 사위가 옮겨진 병원으로 가봤지만 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 아직 체온은 남아있었다. 손씨는 이대로 딸을 보낼 수 없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인 손씨의 가족들은 딸의 장기를 기증키로 결심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싶었지만 사고로 장기가 손상돼 안구 기증만 이뤄졌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안구 적출 수술이 끝났다.

손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 그런 딸이 자신의 눈을 기증하고 떠난 것이다.

"내 딸아, 내 딸아" 손씨는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 무엇인가라도 남기고 떠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손씨의 뜻이었지만 찢어지는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지은씨.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하고 모충동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던 고 아네스 손지은씨.

그녀는 이 어둡고 무서운 세상에 아름다운 빛을 남기고 떠난 진정한 성녀였다.

/하성진·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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