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눈꽃 종이와 만년필

2021.02.23 20:03:24

눈꽃 종이와 만년필
                         김정범
                         충북시인협회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또 지운다
퍼붓는 눈꽃, 신생의 음악

내리는 눈의 깃털에
가슴의 한 줄 비명을 달아 함께 날리지만,
바람이 밀고 오는 파동과
쇳소리 내며 울리는 기침

얼마 지나지 않아
날 선 글자는 부식되어
녹슨 얼음으로 떨어질 것이다

습기 찬 겨울의 깊이,
이글대며 갈라지는 숯불의 다이아몬드 펜
어울리지 않는 낯선 방향은 상상하지 말아야 했다

눈 속에 초심이라 다시 쓰고
지워지기 전에 휘어진 글씨를 바라본다

흰 습자지 속으로 새가 날아간다
한 점 한 점 파란빛을 문 채,
두꺼운 하늘의 가죽을 뚫고
까마득한 남국의 어디쯤, 미로 속의 궁전을 찾아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