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보조금은 내 돈인가?

2009.02.09 19:14:46

몇 해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일화는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는다.

'아는 사이와 좋아하는 사이, 사랑하는 사이는 무엇이 다른가?'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게 만드는 이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도 무엇이 진실인가를 놓고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다.

'어느 두 남녀가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그만 비행기가 고장이 나 낙하산을 타고 뛰어 내렸다.

이들이 내린 곳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한가운데, 며칠을 굶으며 사막을 헤매다가 우연히 빵 한 개를 발견했다.

이때 굶주린 두 남녀는 어떤 사이인가에 따라 처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는 사이일 때는 두 사람은 서로 빵을 자신이 모두 먹기 위해 싸우게 된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이일 때는 사이좋게 반쪽씩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반면 사랑하는 사이일 때는 자신의 것을 먹지 않고 상대방에게 모두 양보한다고 한다.

그것이 비록 나는 굶어죽더라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당연한 것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그러면 서로 자신은 먹지 않고 상대방에게 먹여주려다가 모두 굶어죽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된다.

이처럼 진정한 사랑은 자신은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많은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설생활자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물질은 물론 정성을 다해 헌신과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육체적 정신적 불편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시설 생활자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고 있음은 물론 자신에게도 큰 만족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비록 빵을 사랑하는 이에게 줘서 배는 고프지만 기쁘기만 한, 사막 가운데 서있던 남녀처럼….

며칠 전 청주시내 중심의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발생한 보조금 횡령사건은 이러한 사회복지의 통념을 깬, 마음이 우울해지는 사건이었다.

재단 설립자인 A씨는 부인과 동생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부인에게는 2천569만원, 동생에게는 864만원 등 3천433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등 3명이 5천807만원의 보조금을 횡령했다가 모두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데 이러한 보조금 횡령사건은 지난해에도 4건이나 발생해 시민들로 하여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을 위축되게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설생활자 등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보조금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고를 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 지자체의 서류위주의 형식적인 지도감독도 이들에게 횡령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시설이나 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것임을 깨닫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소중히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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