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부담되는 사람들

빈곤층, 교복 동냥·학용품 걱정… 학원등록 엄두도 못내

2009.02.08 16:26:08

"혹시 헌 교복 없습니까·"

박종성(12·가명)군의 아버지 박용석(40·가명)씨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의 교복을 구하려고 만나는 이들에게 교복동냥(·)을 하고 있다.

교복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신은 낡은 운동화, 초등학교 내내 써왔던 해진 책가방, 중학교에 올라가면 학원도 다녀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사주거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종성이는 부모가 가정불화로 이혼하자 할아버지 할머니께 맡겨졌다.

월세 10만원의 단칸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지만 종성이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맡았으며 5학년 때는 전교부회장을 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열심을 다했다.

종성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종성이를 격려하며 폐품을 모아 학비에 보탰다.

그러나 지난 2007년 2월 할머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지난해 5월에는 할아버지마저 할머니의 뒤를 따르자 아버지와 단 둘만 세상에 남게 됐다.

일용직으로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박용석씨는 "종성이가 바르게 잘 커서 중학생이 된 것은 뿌듯하고 대견스럽지만, 새학기 준비도 해야 되고 학원 보낼 돈도 없어 종성이에겐 미안한 마음뿐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학교와 학년에 적응해야 하는 '새학기 증후군'을 겪기도 전에 종성이는 '가난 증후군'에 시달리게 될 입장에 처한 것이다.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본부장 한전복)는 종성이처럼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교복과 학용품을 마련해야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행복한 배움터'캠페인을 지난달과 이번 달 두 달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 8일까지 접수된 후원자는 16명에 불과한 반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4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뜨거운 이웃사랑이 요구된다.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한전복본부장은 "소득편차에 따라 교육편차가 높아지는 것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을 말해준다"며 "아이들이 평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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