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냉이꽃

2020.04.09 15:42:18

냉이꽃
                         정진헌 건국대 교수


저녁 무렵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손자 생일이라
쑥하고 냉이하고 택배 보냈으니
쑥은 떡 해서 애기 먹이고,
냉이는 국 끓여 먹으란다
낡은 라면 상자에
삐딱하게 검은 어머니의 손 글씨,
테이프로 여러 겹 둘러져 있었다
며칠 후,
학교 연구동 옆 잔디밭

민들레꽃 사이로 손톱보다 작은
하얀 냉이꽃이 피었다
어머니는 그랬을까
냉이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몰래,
그렇게 작게라도 피어나
고향소식 전해 주려했을까,
풀꽃처럼 살아가라고
그렇게 작은 삶을 살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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