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미국에서 '무슬림으로 산다는 것'

2009.01.04 19:43:37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무슬림 일가족 9명이 새해 첫날 국내선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기내에서 '수상한 대화'를 나눴다는 승객의 신고가 발단이 됐지만 이들은 모두 선량한 미국 시민들로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아무런 혐의점도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던 항공사는 파문이 커지자 공식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슬람 인권단체는 해당 항공사와 미 교통부를 상대로 법적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는등 인종-종교 차별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종과 종교, 국적문제등으로 항공사로부터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모두 87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주의 한 지방법원에서는 법정에서 히잡을 벗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사가 무슬림 여성에게 징역 10일을 선고해 논란이 빚어졌다.

히잡(Hijab)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보편화된 '머릿수건'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슬람 종교와 여성의 순결을 의미하는 이슬람의 상징적인 전통복장이다.

법원측은 법정 안에서 모자나 스카프를 착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무슬림 여성은 "미국 헌법은 개인의 종교적 관습에 따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항변했다.

당시 이 사건도 이슬람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고, 법원측은 무슬림 여성을 체포 7시간만에 석방했다.

또 지난해 5월에 던킨 도너츠가 제작한 온라인 광고에서는 여성 모델이 두른 스카프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상징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광고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 만연된 반(反) 이슬람 정서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사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후세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또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는 미국의 주류사회 보수층으로부터 '흑인 무슬림'이라는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전통적 공화당 지지세력인 무슬림의 89%가 오바마를 전폭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 사회의 소수 민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무슬림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재미 한인동포들의 억울한 사연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백인의 미국도, 흑인의 미국도, 라틴계의 미국도, 아시아계의 미국도 없으며, 미국은 오직 미국일 뿐"이라며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변화와 희망'을 내건 오바마의 약속을 비웃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인종과 종교적 편견에 따른 갈등과 분열이 미국을 넘어선 전 세계적 현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81세를 일기로 타계한 세계적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명저 '문명의 충돌'을 통해 이미 오늘의 세계를 예언했다. 그는 1996년 발간한 '문명의 충돌'에서 냉전 이후 세계의 갈등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등 문명간의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아랍권의 '반미 정서'와 미국의 '반 이슬람 정서'에 따른 결과물들은 가깝게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 동시다발 테러를 비롯해 부시 대통령을 겨냥한 이라크 기자의 신발 투척,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자신의 전체 이름으로 선서할 예정이다.

그는 또 대통령에 취임한 뒤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이슬람 국가를 방문해 이슬람 세계가 바라보는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호협력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오바마 시대에 미국에서 무슬림으로 사는 사람들, 나아가 소수 민족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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