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강준식기자] "아이들이 크면 직접 찾아뵐 생각입니다."
지난 9월 24일 오전 10시13분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13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입주민이 출근한 오전 시간대여서 집 안에 머물던 주민들은 화재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그 순간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아파트로 뛰어 들어갔다.
단숨에 불이 난 13층까지 올라간 이 남성은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에 근무하는 이종현(29·사진) 순경이었다.
당시 지구대 야간 근무를 마치고 흥덕경찰서에서 아침 교육까지 받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퇴근하던 이 순경이 아파트 화재를 목격하고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그는 불이 난 집 문을 두드려봤지만, 이미 출근한 탓에 집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본 이 순경은 맞은편 집 앞에 놓인 유모차를 보고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나온 주민은 두 아이의 엄마였다.
주민 A(여)씨는 "한 남성이 문을 부실 것처럼 두드리면서 불이 났다길래 문을 열었는데 앞집 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라며 "두 아이가 집 안에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순경은 A씨에게 아이가 있냐고 묻고 난 뒤 '있다'고 하자 A씨의 16개월 된 첫째 아이를 안았다.
이종현 순경이 구조 활동을 펼친 당시 불이 난 아파트 화재 현장.
그는 A씨가 둘째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뒤 뒤이어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혹시 집에 남아 있을 주민들의 대피를 위해 13층부터 1층까지 내려오면서 층마다 불이 난 사실을 끊임없이 알렸다.
불은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지만, 이 순경의 용기가 없었다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계단을 내려오는 중간 속도가 느려질 때도 먼저 내려가지 않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오히려 힘을 줬다"라며 "다 내려오고 난 뒤에야 소방관이 아니라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정신으로 맨몸으로 올라온 경찰관에게 정말 감사했다"라며 "직접 찾아 아이들에게 '이 분이 구해주신 분'이라고 소개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순경은 앞서 지난 6월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20대 여성을 구하기도 했다.
이종현 순경은 "화재를 목격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처음 신고받은 느낌이 들어 현장으로 달려갔다"라며 "사람들이 불이 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직접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고 말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