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과 양신

2016.08.24 14:47:17

김상해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

당태종 이세민은 청나라 강희제와 더불어 명군의 표상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 시기에 당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성세를 이루었습니다. 그렇다면 당태종은 어떻게 성군이 될 수 있었던가. 사가들은 대부분 정관정요와 신하 위징을 손꼽습니다. 정관정요는 당나라 사관 오긍이 편찬한 책입니다. 오긍은 최고통치권자인 제왕의 잘못된 행동이 백성은 물론 나라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통찰하고, 후대의 제왕과 군신들에게 치국평천하에 임하면서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총 10권 40편으로 구성된 제왕학 입니다. "군주의 행동이 옳지 못한데도 신하가 바로 잡아주지 않은 채 구차하게 아첨이나 하며 하는 일마다 칭송하면 군주는 이내 어리석어진다. 군주가 어리석고 신하가 아첨을 일삼으면 패망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정관정요 '구간'의 구절입니다.

그러면 위징은 누구인가. 원래 그는 당태종의 친형이자 태자였던 이건성의 핵심 참모였습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온갖 구실을 대어 야심에 찬 이세민을 제거할 것을 건의했던 장본인입니다. 그런데 그는 당태종의 태평성대를 이끈 최고의 신하가 된 것입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가차 없이 패도를 구사한 후, 당태종은 위징의 간언을 받아들여 참된 인재를 찾는 데는 안으로 친척, 밖으로 원수들을 구분하지 말라는 왕도의 인재등용 원칙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어의가 없다 못해 암울한 심정입니다. 자신이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조사내용에는 주목하지 않고, 모 언론사에 사전 공개된 부분이 국기문란 행위라며 결과적으로 본말을 전도하고 있습니다. 우 수석의 아들 병역보직 특혜 의혹(직권남용)과 가족회사 ㈜정강의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횡령)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 감찰관이 '기밀을 누설했다'며 국기문란 운운하며 '물타기'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첫째,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엄단하겠다며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둘째, 불법, 그것도 고위공직자의 일탈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우롱하고 사회정의를 문란케 하는 행위입니다. 셋째, 총선참패의 교훈인 계파청산은 고사하고 새누리당은 우병우 처리문제로 도로 진박-비박 붕당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넷째, 일방적 국정운영을 중단하고 야권과 국민여론을 겸허히 수용하라는 총선민의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입니다.

당태종이 위징에게 물었습니다. "양신과 충신의 차이점은 무엇이오?" 위징은 대답했습니다. "양신은 스스로 아름다운 명성을 얻고, 군왕은 숭고한 칭호를 누리게 합니다.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가 끝이 없습니다. 반면 충신은 자신의 몸이 제거되고, 군왕은 큰 악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집안과 나라 모두 큰 훼손을 입지만, 오직 홀로 충신의 명예를 누리게 됩니다" 위징은 공평을 견지하며 올바른 인재를 천거하고 간언을 해 끊임없이 군주의 자기계발을 돕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엄격함으로 초지일관하였습니다. 서슴지 않고 한 직언은 바로 주군인 당태종의 위신과 덕망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는 국가권력의 핵심기관인 청와대 참모들의 국가관과 사명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능력과 경력 모두 시대 최고의 인재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시는 박근혜 대통령의 위신과 덕망이 현재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충신이라는 하찮은 혹은 잘못된 굴레에 빠져 대통령의 올바른 생각을 옳지 않게, 잘못된 생각을 옳게 잡지 못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것은 한 대의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의 안위와 민생도탄을 초래할 중차대한 문제로 연결됩니다. 권력의 근원인 민심과 국가의 근간인 법치까지 무시하며, '나는 충신'이라는 맹목적 허상에 사로잡힌 청와대 참모들로 인해 대통령의 권위는 크게 흔들리고 도덕성마저 점점 위태롭습니다. 취임 이후 줄곧 이어져 온 국정운영과정의 독선과 불통도 다 그 맥락이겠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