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아동학대, 미래가 병든다

2016.01.28 18:53:00

[충북일보]"우리 유치원은 언제나 아이들 중심의 유치원입니다."

청주 한 대형 유치원 원생 아동학대 의혹 취재과정에서 밝힌 해당 유치원 관계자의 말이다.

일정부분 사실이었다.

이 유치원 아이들은 학대 공포와 고통의 중심에 있었다.

의혹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의 경찰수사로 여교사 3명이 구속되고 4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학대 피해 아동만 60여명에 달하는 이번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대형 아동학대 사건으로 남게 됐다.

"이상한 선생님. 어린이가 많이 맞는 유치원."

한 피해 아동이 발표회 준비를 회상하며 그린 그림 한쪽에 적어놓은 말이다.

그림 속에는 슬픈 표정의 여자아이가 앉아 있고 화가 난 얼굴의 여성이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5~7세의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일부 아이들은 말수가 주는 등 이상행동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억장이 무너졌을 피해 아동 부모들은 생계를 뒤로 한 채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외치고 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들은 '혹시 내 아이도'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한 번의 아동학대는 단순 학대로 끝나지 않고 끊임없는 고통이 됐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일정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해 이 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

'청주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 '인천 11세 소녀 학대', '부천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보관 사건' 등 세상에 알려진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 때문이다.

더는 반복돼선 안될,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약화한 보육 등 가정 고유기능의 회복과 열악한 보육교사의 근로환경 등 보육현장 개선, 결과에만 집착하는 성과중심의 교육 분위기 등 사회가 변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특정인이나 특정시설의 일탈로 치부하고 단편적인 땜질식 대책은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

명확한 재발방지 대책 등 철저한 사후관리로 더는 우리 미래에 상처주는 일이 없길 바란다.

/ 박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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