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쓴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쓴 글을 읽어보니 밝고 긍정적인 면보다는 어둡고 부정적인 쪽으로 많이 쓴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졸필이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위로와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합리하고 부당하고 불공정함으로 가득 찬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르지 못했기 때문에 제 눈에 들어 온 세상이 그렇게 비춰진 것 같습니다. 제 마지막 글은 중국 대륙 최고의 인문강의를 묶은 팡차오후이의 책 "나를 지켜낸다는 것"에서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글이 있어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높은 빌딩과 널찍한 도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성정은 오히려 조급해지고 안목은 더욱 좁아졌다. 우리가 소모하는 것은 더 많아졌지만 누리는 것은 오히려 더 적어졌다. 우리의 집은 더 커졌지만 우리의 가정은 더욱 작아졌다. 우리는 타협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시간은 더욱 없어졌다.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지만, 판단력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약이 있지만 건강은 오히려 이전만 못하다. 우리는 더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가치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우리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오히려 적어졌고 우리의 원한은 더 많아졌다. 우리는 달을 왕복할 수 있지만 우리 이웃에 한 걸음 내딛고 친해지기는 어려워졌다. 우리는 우주 공간을 정복할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속은 정복할 수 없다. 우리의 수입은 증가했지만 도덕은 오히려 땅에 떨어졌다. 우리 시대의 자유는 증가했지만 가지고 있는 즐거운 시간은 더 적어졌다. 우리는 더 많은 음식을 먹지만 섭취하는 영향은 오히려 떨어졌다. 오늘날 부부는 맞벌이로 두 배의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이혼율은 갈수록 늘어난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으론 더 빈곤한 상태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형적으론 더 화려해졌지만 속은 텅 빈 쭉정이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 같습니다. 물질에 집착하고 하나라도 더 소유하려는 욕심이 우리라는 공동체보다는 나라는 개인 중심의 사고와 생활에 매몰되어 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맹자의 명언 '구방심(求放心)처럼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갑오년 한 해도 저물어 갑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두고두고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습니다. 살아 있는 우리가 요행으로 산다는 기분이 안 들게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다가오는 을미년 새해에도 우리 모두가 강건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