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료원, 시(詩)와 문학 통해 마음 치료

이영희 간병인, 직원들과 문학 활동

2013.12.26 20:11:21

청주의료원 홀에 전시돼 있는 이영희씨의 시(詩). 그녀가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청주의료원 624호 다인실 병동. 간병인 이영희(여·55)씨가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 앞에 서더니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종이를 꺼내 펼친다.

이씨가 짬짬이 시간 내서 쓴 시(詩)가 적혀있었다.

발표를 한다는 게 여간 쑥스러운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흠흠." 이씨는 헛기침을 하며 시낭송을 시작했다.

"슬픔, 절망, 외로움, 분노. 다 빨아들인다. 몸 안 구석구석 흡수해서 모아 놓는다. 마음의 짐 풀 때, 그때가 되면 가슴 한 켠에 스며있는 뭔지 모를 응어리들이 다 쏟아져 나올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종이만 보고 있던 이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끝났어요."

"이 여사 목소리는 역시 따봉이야."

시낭송이 끝나자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씨의 특출난 감성(感性)은 지난 4년간 꾸준히 해온 간병생활에 있었다.

이씨의 말을 빌리자면, 간병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중증환자를 돌보는 경우 가족조차 꺼리는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식사도 환자가 언제 찾을지 몰라 대충 서서 때울 때가 많다. 24시간 환자를 돌보다 보면 좁은 보조용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시를 썼다. 잘 쓰든 못 쓰든 말이다.

이씨는 "시적 은유가 갖는 풍부한 언어의 힘으로 마음의 상처와 몸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렇듯 이씨를 포함한 청주의료원 소속 직원들은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문학을 활용하고 있다.

청주의료원 소속 임상심리자, 환우 가족, 간호사, 약제과 직원, 간병인 등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문식 청주의료원 기획홍보팀장은 "시 쓰기, 시 낭송 등의 예술 치료는 인체의 면역세포 증가와 육체적 정신적 건강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연중 행사로 시와 문학을 통해 환자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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