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 '전문 팜파라치' 공포

손님 가장해 위법행위 유도
적발땐 영업정지에 과태료 부과

2013.12.04 22:22:07

약사 A(54·청주시 상당구)씨는 지난 8월 청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통보장을 받았다.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동영상을 제보받았다'며 벌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영업정지 5일에 과태료 287만원. 눈 앞이 깜깜했다.

A씨는 "적발 당시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었지만 무죄를 입증할 증거물이 없어 과태료를 냈다"며 "그날 이후 손님이 매장을 두리번거리는 모습만 봐도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예민해졌다"고 토로했다.

4일 오전 11시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약국. 약사 A씨가 고발 당했던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전국 각지를 돌며 의약 분업 위반행위를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아 신고하는 이른바 '팜파라치' 탓에 청주지역 약사들이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팜파라치는 약국을 뜻하는 '파머시(pharmacy)'와 유명인사의 뒤를 캐는 프리랜서 사진가 '파파라치(paparazzi)'를 합친 신조어다. 이는 지난 2011년 도입된 공익신고 제도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약국에 부과된 벌금 중 20%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청주지역 약사들에 의하면 이들은 약국을 방문해 자신이 응급환자인 척하거나 처방전을 잃어 버렸다며 약사에게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팔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조제해 달라고 유도한다. 약사가 자리에 없으면 종업원에게 두통약, 종합감기약 등을 요구하며 위법행위를 유도한다. 그리곤 이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캠코더 등을 사용해 동영상을 찍어 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자격자들의 의약품 판매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 팜파라치의 좋은 밥벌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이 올해 청주지역 약국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모두 270곳 중 81곳에서 약사법을 위반했다. 지역별로는 상당구 120곳 중 32곳(26.7%), 흥덕구 150곳 중 49곳(32.7%)다.

현행 약사법상 약사가 아닌 이가 일반의약품을 파는 것은 불법이다. 한차례 적발되면 영업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진다. 이를 벌금으로 환산하면 570만원에 이른다.

현재 팜파라치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팜파라치 대부분이 고의로 위급 상황을 만들어 약사의 불법행위를 유도하는 함정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민숭기 충북약사회 부회장은 "팜파라치들이 대체로 촬영 후 3~6개월 정도 지나 고발을 한다"며 "이 기간이면 매장에 설치된 폐쇠회로(CCTV) 기록도 삭제돼 팜파라치의 신원을 알 수 없고 이들이 위법행위를 유도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국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근절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발을 위해 교묘하게 몰카를 동원한 팜파라치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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