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농업, 미래가 보인다 - 신품종 팽이버섯 '흑향'

팽이버섯은 흰색 편견 타파 '진한 갈색'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로열티 부담↓
느타리 생육환경 접목 기능 비용도 적어

2013.10.10 23:59:02

유색 팽이버섯 '흑향(黑香)' 재배 모습

ⓒ이주현기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팽이버섯의 변신도 무죄다. 색(色) 하나 바꿨을 뿐인데 느낌은 180도 달라졌다. 이른바 유색 팽이버섯 '흑향(黑香)'. 팽이버섯은 모두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진한 갈색이다.

버섯은 고유가·고환율 시대가 계속되면서 정리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체결로 밀려 들어오는 외국산 버섯과 높은 원가를 감당하지 못한 타 시도 중소 버섯농가들은 일찌감치 백기를 든 상태다.

충북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국 버섯농가 재배면적 750㏊ 중, 도내 버섯농가가 차지하는 면적은 48㏊로 전국 재배율의 3%에 불과하다. 재배면적과 농가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이 마련한 유색버섯 품평회에 참석한 시·도 관계자와 버섯재배농가들이 신품종 팽이버섯 '흑향'을 보고 있다.

ⓒ이주현기자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8년 충북도농업기술원은 버섯농가의 재부흥을 위해 품종의 '차별화'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4년여의 연구 끝에 일본산 백색 팽이버섯보다 갓 지름(10㎜)이 2배 이상 크고 재배기간은 7~10일 가량 짧은 팽이버섯을 개발했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이 진갈색 팽이버섯이 '흑향'이다.

이 소식을 접한 도내 버섯농가들은 두 팔을 들고 크게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대부분 버섯농가에서 재배하던 백색 팽이버섯은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으로 연간 10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후봉 버섯재배팀장은 "흑향은 야생 팽이버섯 균주를 수집해서 포자를 받은 뒤 단포자 교배 방법으로 육성한 것"이라며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기 때문에 더이상 농가에서는 비싼 로얄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개발에만 머물지 않았다. 실제로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품종인지 확인하는 '검증' 절차가 필요했다.

이 기술원의 김민자 박사는 지난해 말 느타리버섯을 병재배하는 최인수(58·청원군 옥산면)씨와 봉지재배하는 조운영(51·충주시 신니면)씨에게 각각 흑향 종균을 보급했다.

실험 방식은 간단했다. 생육온도 15~16도의 느타리버섯 재배환경과 사용되는 배지를 활용해 농가 실증 재배시험을 벌인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보통 버섯재배에 사용되는 재료는 나무 톱밥, 옥수수 속대, 쌀겨 등 유기물이다. 이런 유기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 버섯을 키우기 위해 만드는 것을 버섯 '배지'라 한다. 작물로 말하면 토양과 같은 셈이다. 여기에 종자라 할 수 있는 종균을 접종하면 배지 안으로 식물뿌리처럼 미생물인 버섯 균사가 뻗어나간다. 온도·습도 등 적합한 환경이 되면 버섯이 자라는거다.

김민자 박사는 "기존 백색 팽이버섯은 가장 추운 온도에서 자라기 때문에 생육온도를 4~5도로 맞춰줘야 해서 여름철 냉방비용 부담이 컸다"며 "농가실증시험을 통해 경영비 절감은 물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유색 팽이버섯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게 검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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