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도당위원장직 놓고 '오버페이스'… 의문 증폭

김광수 도의회의장, 변재일에 "맡지 말라" 총의 아닌 사견 전달
도의원들 "논의 자리 자체 몰랐다"

2013.08.25 21:22:27

민주당 후임 충북도당위원장 대행 합의추대와 관련해 김광수(청주 제1선거구) 충북도의회 의장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정황이 포착돼 그 저의에 대해 의문이 증폭된다.

김 의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력 도당위원장 후보로 꼽히는 변재일(청원) 국회의원을 만나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의견이란 뉘앙스를 띄며 도당을 맡지 말라고 건의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취재결과 변 의원과 김 의장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익명 요구)는 국회 충북 의원실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이 같은 풍문이 설이 아닌 사실임을 확인해줬다.

김 의장이 오버페이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도의원들의 '총의(總意)'가 아니고 특히 도의원들 간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없었다는 게 밝혀진 데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변 의원실에 최측근을 급파, 진의(도당위원장 선임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를 전한 것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의장실에서 '5~6명의 도의원+도당 사무처장'과 간담회 형태의 자리를 갖고 도당위원장 인선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반기 의장이었던 김형근(청주 제2선거구) 도의원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도당위원장직을 놓고 특정 정치인들 간에 경쟁구도가 형성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결론은 합의추대 형식으로 도당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 도의원은 "특정 국회의원이 도당을 맡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논의의 핵심은 도당운영의 공백을 막기 위해 이른 시간 내 합의추대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홍성 사무처장 역시 이 같은 내용이 논의의 골자였다고 했다.

박문희(청원 제1선거구) 도의원은 "김광수 의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일부에서 노영민 국회의원이 도당을 맡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에 대해 참석했던 도의원들은 변 의원의 의중을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라고 했다"며 "또 특정 국회의원을 도당위원장으로 미는 언급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의아스러운 것은 당초 참석하려다 지역구 행사 때문에 불참한 김동환(충주 제1선거구) 부의장의 발언이다. "변 의원은 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이고, 오제세 국회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내년 6·4 지방선거 준비를 잘 하려면 당직도 없고 국회직도 없는 노 의원이 하는 게 맞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불참한 김 부의장이 복수의 참석자들이 밝힌 간담회 내용과 상반된 발언을 한 것이다.

간담회는 민주당 도의원들의 총의와 무관하다. 장선배(청주 제3선거구), 최진섭(청주 제4선거구), 이광희(청주 제5선거구) 도의원 등은 "그런 논의 자리가 열렸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몇몇 도의원만 참석한 간담회였다는 얘기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은 총 25명.

김 의장은 변 의원을 만나기 전 이 지사를 만나 도당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상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백상진 충북도 대외협력보좌관은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도당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게 이 지사의 평소 생각"이라며 "이 지사는 당의 일인 만큼 현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게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백 보좌관은 김 의장이 변 의원을 만난 날 변 의원실을 방문해 이 지사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김 의장의 입장을 들어봤다. "도당에 (공식채널인) 운영위와 상무위가 있는데 어떻게 도의원들이 특정인이 도당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공직생활을 할 때 선명하다는 평을 받았고, 도의회 의정활동 역시 동일한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변 의원을 만나 도당위원장 인선 문제가 정상적으로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현역 3명의 국회의원들이 회동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을 뿐"이라고 했다. 덧붙여 "당원을 결집할 능력이 있고,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도당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사견을 밝혔다.

그가 변 의원을 만나 도당을 맡지 말라고 건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도의원 총의가 아닌 사견(私見)'을 전한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김 의장은 도당위원장 선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일까. 일각에선 그가 통합 청주시장 후보군에 들어 있는 점을 들며 이번 도당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통해 당 공천 등과 관련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서울 / 이민기기자 mkpeac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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