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병 전 국회의원 "내게 맡겨진 시대적 역할 고민 중"

육사 12기…월남전 참전 등 34년 군인의 삶
정계 진출 후 18년간 3선에 네차례 여당 사무총장
현재 서경대 석좌교수…"어릴 적 꿈 이뤘다"

2013.08.04 19:11:52

박준병 전 의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주현기자
'군 출신 정치인'. 박준병(81) 전 의원을 대표하는 말이다.

박 전 의원은 육사 12기로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해 각급 지휘관을 거쳐 최고계급인 대장으로 전역했다. 정계에서는 3선 중진의 경력을 쌓고 집권당 사무총장을 네 차례 역임했다. 34년간의 군인의 삶과 18년의 정치인의 삶을 종합해볼 때 이만하면 합격점이다.

지금은 서경대 석좌교수로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고 자족한다. 천성이 학구파로 늘 책을 읽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한 식당에서 박준병 전 의원을 만났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그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직답을 피했다.

"사람 참 성격 한번 급합니다. 나는 정치계를 떠난 지 10년 된 사람이오.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서서 젊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낙이라오."

기자의 정치적인 질문 공세에도 단련된 내공 덕분인지 침착하게 미소로 화답했다. 원하는 대답은 아니였지만 대신 자신의 근황을 2시간에 걸쳐 쏟아냈다. 그의 격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실성과 넉넉한 인품을 느낄 수 있었다.

박 전 의원은 34년간의 군인의 삶과 18년의 정치인 인생을 되돌아 보며 그늘과 빛을 고루 경험했다는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다.

특히 '책임은 나에게, 영예는 상관과 부하에게'라는 군인 정신을 기본으로 살아왔다. 군 전역 후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이같은 정신을 지키려고 무던히 노력했단다. 육사생도 시절에 몸도 익힌 명예제도를 잊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특정 세력으로부터 배척받거나 가혹하게 견제당한 일이 없다. 5·18 재판 등 끔찍한 정치벌을 받았지만 무죄를 입증했다.

그의 화려한 배경과 능력이 그런 행운을 불러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전역했더라도 영원한 군인이라는 정신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는 국가에 빚진 사람이다"며 "국가가 없었다면 하고 싶던 공부를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에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군인시절 국가를 위해 일했고, 정치인일 때는 지역을 위해, 지금은 현시대를 책임질 청년들을 위해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며 "정치계에 다시 발을 들일 생각은 없지만 내게 맡겨진 시대적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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