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국민, 마라도나 '神의 손' 사과에 분노

2008.02.02 14:04:03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7)가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신의 손' 골에 대해 영국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헨티나 국민이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클라린(Clarin) 등 아르헨티나 신문들이 1일 보도했다.

클라린은 특히 1만2천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6.8%가 마라도나의 사과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제시하면서 "영국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마라도나의 행동이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에서 마라도나의 사과가 올바른 처신이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3.2%에 불과했다.

클라린은 이어 멕시코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와 함께 뛰었던 전(前) 대표선수들이 "그동안 '신의 손' 골에 대한 의혹을 부정해온 마라도나가 이제 와서 사과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마라도나의 행동이 과거의 동료로부터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마라도나는 전날 현지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The Sun)과의 인터뷰에서 "과거로 돌아가서 용서를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신의 손' 골에 자신의 '의도된 행동'이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마라도나가 '신의 손' 골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라도나는 그러나 자신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신의 손' 골은 이미 골로 인정된 것이며, 아르헨티나가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고 자신이 최우수 선수로 뽑힌 역사를 돌이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의 손' 골 논란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4강전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기에서 잉글랜드 문전으로 공이 센터링되자 마라도나와 잉글랜드 골키퍼 피터 쉴튼이 함께 공중으로 솟았으며,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관중들은 대부분 공이 마라도나 손에 맞고 골대 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았고, 선심도 핸들링 반칙이라고 판단해 기를 들었으나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주심은 골로 인정했다.

이후 고속촬영 필름 판독을 통해 공이 마라도나의 손에 맞은 것으로 결론 났으나 마라도나는 침묵을 지켰으며, 영국 언론으로부터 '핸들링 반칙' 주장이 계속 제기되자 "골은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라도나는 지난 2005년 8월 아르헨티나의 한 방송 프로에 출연해 '신의 손' 골이 의도적으로 손을 뻗어 넣은 것이라는 점을 공개 시인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 '알로! 프레지덴테'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핸들링 반칙으로 골을 넣고 골 세레모니를 벌여 심판의 눈을 속였다고 말한 바 있다.

마라도나의 사과 발언을 놓고 아르헨티나 국민이 이처럼 반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지난 1982년 발생한 포클랜드(아르헨티나 명칭은 말비나스) 전쟁에서 영국에 패배해 말비나스 섬에 대한 영유권을 넘겨준 데 대한 앙금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공: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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