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가 꼭 필요한 분들께 저렴하게 팝니다. 아이스박스에 얼음팩 넣어서 택배 거래합니다. 200cc기준 20팩에 4만원입니다. (100% 모유 맞아요· 이런 전화, 문자 사절합니다)."
"200㎖ 팩당 1천500원입니다. 저장해놓은 것 외에 예약도 받습니다. 아이스박스 들고 와서 직접 받아가세요. 안전성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사진 출처 : 인터넷 포털사이트 A육아카페. 이 카페에는 모유를 냉동팩에 담아 판매한다는 글과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모유(母乳)'가 판매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육아카페, 중고거래장터를 중심으로 '현대판 젖동냥'이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은 '직장 맘(mom)'들. 바쁜 직장생활 탓에 모유를 제때 먹이지 못하는 여성들이 '판매 모유'를 즐겨 찾고 있다.
반대로 주된 판매자는 가정주부들이다. 자신이 짠 모유를 다른 엄마들에게 상품처럼 판매하고 있다.
비록 남의 모유지만 인기는 대단하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구제역 파동으로 깊어진 분유 불신도 모유 거래를 부채질하고 있다.
생후 12개월 된 아기를 둔 직장인 B(28·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씨는 '판매 모유'의 정기 고객이다. 그녀는 "회사에서 모유를 짤 여건이 안 돼 모유 수유를 중단했다"며 "생후 24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여야 아기가 건강하게 자란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남의 모유를 사 먹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모유 판매는 정당할까. 일단 불법은 아니다. 모유가 식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식품위생법 관리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모유 변질 등 유통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각종 문제는 오로지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간다.
아기에게도 좋지 않다. 자칫하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
청주지역 한 산부인과 조리원장은 "미숙아들의 치유목적 등 사정상 남의 모유를 공급받을 때도 있지만, 전문의의 지시 아래 엄격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간염에 걸린 산모의 모유를 잘못 먹이면 아기에게 그 바이러스가 그대로 전달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선 합법적인 '모유뱅크'가 운영되고 있다. 체계적인 검사, 선별작업, 전문의의 지시를 거치지 않은 남의 모유는 절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게 조리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행정기관에선 이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소식을 전해들은 식품의약품안정청과 보건소 등 관련 행정기관 관계자들은 "그런 게 있었냐"는 반응이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며 "무엇부터 문제가 되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