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능성 안고 '직지 삼만리'

잇단 '발견' 제보에 본보 추적
대부분 허탕… 진짜찾기 기대

2009.11.24 19:55:17

지난 8월9일 충북일보에 한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 거주하면서 북한과 한국을 연결하는 바터무역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정모(49) 씨는 "지난달(7월) 조선(북한)의 거래상으로부터 들었는데 평양에 '직지심체요절' 상하권 각 1권씩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 씨는 또 "크기는 가로 24cm, 세로 32cm이고 제작년도는 1377년, 두 권을 합친 두께가 6cm 정도이며 소유자가 100만 달러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날 오전 10시20분께 정 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이틀 내에 조선(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이렇게 시작된 충북일보와 중국거주 사업가 정모 씨와의 '직지'찾기는 3개월여동안 계속돼왔다.

중국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정모씨가 본보에 '직지'라며 보내온 책자의 겉표지. '세지심경'이라고 적혀있는 등 직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 씨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직지가 신의주에 도착했다", "며칠 내로 단둥(중국의 북한 접경지역)으로 빼내올 예정이다", "사진을 찍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다시 찍어야 한다"고 진행과정을 알려왔다.

그러나 지난 11월 12일 정씨가 자신이 확보한 직지라며 보낸 표지사진은 '細祉尋警(세지심경)'이라고 씌여져 있어 직지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앞서 진천출신이라는 중국의 사업가가 고인쇄박물관에 "직지가 북한에 있다"고 연락해왔으나 아직까지 사진은 보내지 않고 있다.

4~5년 전쯤에는 도내 모 대학 학장인 A씨는 "북한 묘향산을 방문했다가 '직지'가 있는 것을 봤다"며 직접 촬영한 사진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제공, 학계를 긴장시켰다.

당시 A 학장으로부터 사진을 받아 확인 작업을 벌였던 황정하(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박사는 "당시로서는 큰 사건이었다"며 "그러나 영인본인 것으로 판명돼 아쉬움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에 대한 관심과 고서적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직지'를 소장하고 있다는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으나 모두 진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아쉬움만 더하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측에 따르면 직지 찾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0년대에는 한달에 2~3건씩 제보가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1건 정도만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철(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박사는 "제보자의 말을 듣다보면 가짜임을 직감할 수 있으나 1%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 끝까지 진심을 다해 접촉한다"며 "제보자가 소장한 책자가 직지가 아니더라도 우리(학예연구사)는 최선을 다해 설명해드리는데 가격만 묻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황정하 박사는 " '직지'라는 책 제목은 의학서적이나 풍수지리서적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제보를 받으면 우리가 찾는 '직지'가 아니더라도 고마운 마음에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료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제보를 했는데 '직지'가 아닌 경우 제보자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일반인들이 고서적을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만큼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진짜 '직지'는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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