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사회생활의 기본

2009.10.28 12:20:52

최재숙

보은군청 청년인턴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써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에서 여느 취업준비생과 마찬가지로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이었기에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도 많이 했고, 또 할 수 있는 일 중에서도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의 선택은 보은군 마로면에서의 청년인턴이었다.

선배의 권유로 서울에서 취업할 기회가 생겼지만, 생활비나 지인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보은군에서 청년인턴을 뽑는다는 소식을 부모님으로부터 접하게 돼 청년인턴에 지원하게 됐다.

처음에는 마로면과 멀리 떨어진 내북면에 배정을 받아 걱정도 됐지만 운좋게 마로면으로 배정을 다시 받을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마로면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 부서는'주민생활지원담당부서'로 어르신을 비롯해 장애인 등 각종 저소득 계층을 지원하는 부서였다.

처음 맡겨진 일은 기초노령연금관리카드를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고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많아 조금 놀랐다.

뉴스에서만 보던 우리사회의 고령화 문제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 실제로 접하게 되니,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 주변의 이웃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선배 공무원과 함께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쌀을 비롯해 각종 위문품을 전달해 드리기도 하고, 농촌 일손 돕기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봉사활동에서 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 시간 채우기식 봉사활동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이었다.

특히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을 청소해 드렸던 일은 잊을 수 없다.

쓰레기로 가득 찼던 허름한 집을 여러 시간에 걸쳐 트럭 한대 분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난 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수고했습니다. 고마워요'라는 말씀과 미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주변에 이렇게 어렵게 생활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됐고, 이웃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첫 사회경험인 만큼 설레고 걱정도 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처음 대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염려가 됐지만 이 염려가 부질없도록 해 준 것이 직원들의 따뜻한 배려였다.

항상 친절하시고 바른 면장님, 정이 많으신 부면장님, 모르는 것을 여러 번 물어봐도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 주시는 공무원 선배님,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는 계장님, 항상 즐거운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 같은 언니들.

이렇게 좋은 사람들 곁에서 첫 사회생활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나의 고향 마로면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되는 기회가 됐고, 조금은 더 나의 고향을 사랑하게 해준 굉장히 값진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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